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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연극무대 지키는 공채탤런트…내공 폭발 '엠버터플라이'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4년 02월 18일(화) 19:41

↑↑ 연극무대 지킨다-이승주
ⓒ 대구광역일보
지난해 말 매진을 기록한 국립극단의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을 본 사람들은 '도련님'을 주목했다.
 매지 역의 길해연(50), 대장군 역의 이호재(73), 늙은 유자 역의 오영수(70)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도련님 역의 이승주(32)는 유독 눈에 띄었다.
 나라를 세우려는 야망을 품었으나 철이 없고 찌질한 도련님은 이승주를 만나 트라우마에 갇힌 캐릭터로 설득력을 부여받았다. 새로운 스타 탄생의 예고편이었다.
 연극 '엠.버터플라이(M.Butterfly)'는 이승주에게 새 전환점이 될 듯하다. 2012년 초연 당시 마니아층을 구축한 작품으로 그의 스타성이 부각되리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이다. 1986년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법정에 선 전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1964년 중국 베이징.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고 여주인공인 중국배우 '송릴링'의 가녀린 외모와 우아함에 매료된다. 르네는 송과의 만남이 계속될수록 동서양의 이질감에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그간 만나왔던 여자들과는 다른 송의 신비스러운 동양적 면모에 사로잡힌다.

이승주는 평범한 프랑스 외교관이지만 릴링을 만나며 숨겨진 자신의 남성성을 발견하는 르네 역을 연기한다. "르네는 본인 안에 감춰진 것들을 표출하지 못하고 그것을 응축한 인물이죠. 어떤 분들은 찌찔한 캐릭터라고 하는데, 그런 찌질한 선택들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처한 사람 같아요."

급변하는 정치상황 때문에 르네는 프랑스로 돌아가게 된다. 송 역시 몇 년 후 르네를 뒤따라 프랑스로 간다. 르네는 송과 15년의 동거 중에 급작스레 국가 기밀죄 위반에 연루된다.

이탈리아 작곡가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했다. 캐나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1993년 동명 영화로 옮기기도 했다. "제가 오페라에 대해 깊은 이해이승주, 연극무대 지키는 공채탤런트…내공 폭발 '엠버터플라이'가 있는 사람이 아니죠. 좋아하는 배우인 제러미 아이언스가 나와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오래전 일이라 생각은 잘 나지 않아요. 대본 안에서 캐릭터를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르네가 송에게 한번에 매료된 것처럼 굉장한 계기로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다. 학창 시절, 영화 관람을 좋아하던 그는 연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을 들였다. 동국대 연극학과에서 제대로 연기를 공부하면서 "굉장한 무엇인가 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로런스 올리비에(1907~1989)가 "배우는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우주를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걸 전해 들은 뒤 송을 만난 르네의 심정을 알게 됐다. "제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 굉장한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눈을 빛냈다.

2008년 KBS 탤런트 출신이기도 한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건 2010년 연극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해서다. '7년의 밤'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유정(48) 작가의 동명 소설이 바탕으로 정신병동이 배경이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주연급인 '승민' 역을 따내며 주목 받았다.

당시 연극계 스타인 김영민(43)이 '수명' 역으로 함께 주연을 맡았다. 그는 이승주가 앞서 본 연극 '청춘예찬'의 주인공으로 신인배우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김영민은 '엠버터플라이' 초연에서 르네 역을 맡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영민 형이 맡았던 역인만큼 부담이 당연히 크죠. 그런데 이미 정해진 대본이 있기 때문에 영민 형이랑 억지로 다르게 연기할 생각은 없어요. 형과 비슷하게 해석한 부분도 있고, 다르게 해석한 부분도 있겠죠. 그 자체를 충실하게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보다 초연팬들의 기대감에 부응할까 걱정이죠. 최근에는 '엠버터플라이' 팀 전체에게 먹을거리 선물도 보내주셨는데 제가 과연 이걸 먹을 자격이 있는가 고민하기도 했어요. 하하하."

'내 심장을 쏴라'를 시작으로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엠버터플라이'까지 김광보(50) 연출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김 연출은 연극계 최고의 미니멀리스트로 통한다.

"김 선생님은 디테일한 부분을 잘 끄집어내세요. 연출님만 믿고 신뢰하면 되죠. 미니멀리즘이란 것은 반대로 배우가 채워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거예요. 배우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지만, 좋은 부분이기도 하죠."

배우로서 자신의 특징은 "무색무취"라고 답했다. 개성이 드러나는 배우들 사이에서 "한때는 콤플렉스"이기도 했지만, 이제 어느 배역을 맡든 자연스레 융화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중이다. 평소 반듯하고 얌전하다고만 생각했던 그가 신경질적이고, 찌질한 도련님을 제것인양 소화한 것이 방증이다.

연기 호흡이 느린 편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이승주는 드라마나 영화는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빠르고 기술적으로 무당처럼 연기를 해내는 스타일이 힘들다. 다양한 역을 위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할 수 있지만, 이는 무대에서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고 싶다.

연극을 하는 이유는 "잘 먹고 잘사는 게 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돈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 문제다. "르네에 비할바는 아지만, 그가 송과 함께 누리는 행복이 사라질까 두려움을 느낀 것처럼 저도 그런 것들이 있죠. 연기에 대한 행복감이요. 결국 배우들은 선택받는 사람들이죠. 연출이든, 관객들이든 선택을 해주지 않으면, 끝이잖아요. 저는 규칙적인 사람이라 예정된 연기가 없으면 힘들어요. 통장에 쌓이지 않는 돈보다 그런 부분이 힘들죠. 벌써부터 '엠버터플라이' 공연이 끝나는 날이 두려워요."

그런데 '엠버터플라이'는 자신을 "더 발전할 수 있게끔 해줄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르네는 제가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치 이상을 해줘야 하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부딪히는 것이 많죠. 그런데 행복해요. 그렇게 부딪히다보면, 좋은 방향이 생길 것 같다는 기대감도 들고요."

 한편, 르네 역에는 연극 '스테디 레인'의 이석준이 더블캐스팅됐다. 중국 경극 배우로 남성과 여성을 오가는 송으로는 초연에 이어 김다현이 합류한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블랙 메리 포핀스' 등으로 눈도장을 찍은 전성우가 같은 역을 맡는다.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 등이 출연한다.
 3월8일부터 6월1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1관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 02-766-6007

대구광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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