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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채탕감, 성실채무자 허탈감은 어쩌나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5월 29일(월)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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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또 빚탕감 대책을 강구중이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 중인 소액·장기연체 채무를 소각하기 위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10년 이상, 1000만원 이하 장기연체 채무자의 빚을 전액 탕감해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요건에 해당되는 채무는 약 1조9000억원, 대상자는 43만7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빚 탕감은 대통령 선거전의 단골 메뉴여서 전혀 새롭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빚 탕감을 공약으로 내건 후 실행에 옮겼다. 그러나 과거 정권은 원금과 이자를 감면해 분할상환토록 하는 방식을 사용했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 전액 탕감해 준다는 점에서 더 파격적이고 파장도 클 전망이다. 더구나 과거 정권의 빛 탕감책이 반짝 효과에 끝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물론 정부대책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채무상환 능력이 없어 오랜 기간 적은 빚도 갚지 못해 고통을 받아온 채무자들의 신용불량을 해소시켜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를 탓할 수는 없다.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는 빚을 줄여서 재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다만 선거 때마다 같은 약속이 남발되고, 새로 들어서는 정부마다 선심쓰듯 빚을 탕감해 주는데 따른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등의 부작용이 문제다. 더구나 성실하게 납세자의 의무를 다하거나 채무이행을 다한 사람들, 또 개인워크아웃이나 개인파산 등의 제도를 통해 빚을 갚고 있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쩔 것인가. 그래서 빚을 갚으면 바보, 선거 때까지만 버텨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아무리 저속득층이라고 해도 빚을 탕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채무자 소득과 금융·실물자산의 보다 철저하고 정밀한 파악을 통해 빚 탕감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의 부작용 차단을 위한 대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절대로 빚을 안 갚아도 그만이라는 그릇된 의식을 조장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는 선행일 수 있다. 그러나 빌린 돈을 제때 꼬박꼬박 갚은 사람들과의 형평성에는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선한 의지가 바보였다는 후회를 안게 한다면 큰일이다. 금융의 기본원칙을 성실히 지킨 다수의 사람들에게 손해 봤다는 느낌을 주면 금융질서는 무너진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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