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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운명을 시민배심원단이 결정짓는다고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6월 29일(목)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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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존폐가 전문가가 아닌 시민배심원단의 손에 맡겨지게 되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일반시민으로 구성하는 배심원단을 통해 영구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민적 신뢰가 높고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10명 이내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불특정 국민으로 이뤄진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6호기의 영구 중단 여부를 판단케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돌연한 조치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역주민의 반발과 전문가의 반대를 ‘사회적 합의’를 내세워 정치적 부담을 피하려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위스가 탈(脫)원전에 대한 공론화에 10년 이상 걸린 것을 최대 3개월간의 여론수렴을 거쳐 시민배심원단이 판단을 내리게 하겠다는 방침도 터무니없는 졸속이라는 비판이다.
결론이 쉽게 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근혜정부가 2013년 고준위방폐장 건설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방폐장 건립은 아직 한 걸음도 못 나간 상태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만 일으킬 것이 뻔하다. 시민배심원단에 원자력 전문가를 포함시키지 않고 민간인만으로 3개월 만에 최종 판단토록 하겠다는 방안은 무책임하고 위태로운 발상이다. 관계전문가들에 의해 논의되고 판단해야 할 문제를 원전에 관한 기초지식도 없는 비전문가들끼리 다루도록 하겠다는 것은 폭발물을 어린아이들에게 맡기자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모한 짓이다.
여론이 반드시 정의로우며 진실에 가까운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원전의 피해자인 일본은 원전 재가동 허용에 이어 신·증설까지 다시 검토한다는 보도이다. 여론의 향배에 따라 결정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원전문제를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의 견해에 따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중대사의 결정을 여론에 맡긴다는 것은 한마디로 무책임한 짓이다. 원전 하나를 짓는 데는 부지 선정서부터 설계 및 건설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 그래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수십명의 전문가가 20년을 내다보고 5년마다 손질하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은 15년 앞을 내다보고 2년마다 수정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그렇게 빈틈없이 다듬어도 2011년 9-11 대규모 정전사태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진다. 에너지정책을 좀 더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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