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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 무릅쓰고 보험 해약하는 서민들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10월 25일(화)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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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층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팍팍한지를 보여주는 우울한 자료가 또 하나 나왔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불황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위험에 대비하는 경제적 보루인 보험까지 해지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25개 생명보험사와 16개 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환급금은 14조7천300억원에 이른다.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이 6월 말까지 9조7천400억원이었고, 손보사의 저축성·보장성 등 장기보험에 대한 장기해약 환급금은 같은 기간 4조9900억원이었다. 노후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위기에 몰린 국민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말이 된다.
이는 지난해 6월의 해지환급금 집계치인 14조600억원(생보업계 9조900억원, 손보업계 4조9천700억원)보다 7000억원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국민들의 생활이 한해 사이에 훨씬 더 강퍅해진 것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보험업계의 총 해지환급금 규모는 양 협회가 모두 관련 통계를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새로운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으로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상품 중 보험은 성격상 ‘가장 나중에 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수많은 망설임 끝에 큰 맘 먹고 가입한 데다 예금과 달리 해약손실이 커, 생계유지가 위협 받지 않는 한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보험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보험은 중도 해약 시 무조건적 손해가 발생하므로 웬만하면 손을 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금융 상품 중에서도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그런데도 경기 침체와 가계 경제 악화 등으로 인해 보험을 해지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도 생명보험사들이 지급한 해약환급금이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고 했는데 올해 또다시 기록을 깨고 있는 것이다.
보험을 깰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지고 실업급여·개인파산신청이 갈수록 늘어난다면 사회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정부는 부동산가격만 잡으면 경제정책이 성공할 것처럼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투기는 잡고 투자는 살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는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벼랑에 몰리는 서민층이 늘어날수록 개혁도 더욱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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