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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성범죄, ‘징계’도 안하는 나라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12월 21일(수)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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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국격이 만신창이가 된 마당에 칠레 한국외교관 성추행동영상이 공개돼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대표로서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는 사람이 외교관이다. 우리나라와 외국의 관계를 담당하며, 해외에서 정치, 경제, 상업적 이익을 보호, 증진해 해외동포와 타국을 여행하는 국민의 개인적 업무를 처리한다. 그런 국가대표가 외국에서 성범죄로 나라의 얼굴에 오물을 뒤집어 씌운 것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칠레 한 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칠레주재 한국외교관이 현지 미성년자를 성추해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은 칠레주재 한국외교관이 현지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가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해당 외교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러자 이 외교관은 미성년자로 위장한 20대 여성에게 스스럼없이 신체접촉을 하며 억지로 스킨십을 시도했다. 결국 외교관의 성추행장면은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미리 설치해둔 몰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고 말았다. 뒤늦게 함정취재에 걸린 것을 안 외교관이 프로그램 진행자에게 허리를 숙여 잘못을 비는 추한 모습까지 찍혔다. 대통령이 국내에서 국정을 농단한데 장단 맞춰 외교관은 외국에서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을 벌인 셈이다.
외교관의 성적인 일탈 행위가 너무 빈번해서 큰일이다. 2010년에는 주몽골 대사가 현지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협박을 당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어서 2011년에는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 직원들이 중국인 유부녀 한 명과 불륜 관계를 맺은 추잡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하는 등 최근 5년간 11건이나 터졌다. 외교부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총 36건의 징계 중 약 31% 11건이 성추문과 관련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그것도 주재국 현지 방송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한 것으로 압권에 속한다.
외교관들의 성범죄가 자주 터지는 이유의 하나가 너무 가벼운 처벌이다. 2011년 상하이 총영사관 직원들의 집단 불륜 사건만 해도 관련자 11명 가운데 2명만 징계를 받았다. 드러내놓고 성범죄를 비호한 셈이니 외교관들의 성범죄는 수완껏 알아서 할 일로 치부되는 양상이다. 대통령이 탄핵으로 식물인간이 된 한심한 정국에 외교관까지 이래서는 안 된다. 그렇잖아도 만신창이가 된 국격을 외교관이라도 지켜줘야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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