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 왔건만 대구-경북에 체불된 임금은 1240억 원에 달한다는 억장이 무너지는 보도이다. 무려 2만 5600여 명이 설을 거꾸로 쇨 판국이 됐다. 빈손으로 먹고 살 길도 없는데 명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체불임금이 사상최대치에 도달했다는 보도가 나간지 일주일 전인데 당시의 1282억 4100만에 비해 고작 40억 정도 줄어 든 상태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생긴 현상이라지만 1년전 이맘때의 950억52000만 원보다 월등히 많다.
지역별로는 대구지역의 체불임금 노동자 수가 9873명, 체불임금은 321억7000만 원이다. 경북지역은 1만5800명이 920억8700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민노총 대구지부는 “대구지부 부설 노동상담소의 지난해 상담 중 41%가 체불임금과 관련돼 많은 노동자들이 체불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속이 뒤집히는 것은 당국의 성의 없는 태도이다. 민노총 대구지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낸 대책이 1월 중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체당금 규정을 조금 고치겠다는 것 밖에 없다. 사상 최대치를 갱신한 체불임금 규모를 감안하면 전형적인 전시행정, ‘언 발에 오줌누기’ 대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한 뒤 “체불임금으로 인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통 원인 중 재벌과 자본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체불임금에 대한 대책이 눈가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기불황만 원인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탄핵정국에 열심히 일해봤자 빛도 안 나는 일이라는 인식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해 벼랑끝까지 내몰려도 사업주는 호사스럽게 사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고 가족들은 호화생활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사업자들의 간이 커진 이유는 임금을 체불해 봤자 벌칙이 무섭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복적인 체불과 재산은닉 등 악의적인 임금체불을 하는 기업주나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명단을 공개하겠다며 칼을 빼 드는 시늉을 하지만 그 정도로는 겁을 내지 않는다.
따라서 체불임금이 없는 노동환경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은닉재산을 철저히 추적해 체불임금을 강제징수하고 체불임금은 모든 채무보다 우선해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늘어난 체불임금이 설전에 모두 해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한마디로 법이 무서워 임금을 떼먹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