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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8월 28일(월)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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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차욱환 본지 주필 | | ⓒ 대구광역일보 |
중년부부가 볼 일이 있어서 시내로 나갔다가 내친 김에 백화점 구경이나 하자고 했다. 눈이 번쩍 띄게 좋은 상품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며 지나가다가 드디어 아내가 남편의 팔을 잡아 당겼다. “어머 이거 좀 봐요” 의상실에 걸린 투피스였다. 남편이 보기에도 과연 멋진 디자인이었고 색상도 뛰어났다. 점원이 냉큼 다가 왔다. “어머 사모님. 잘 알아보시네요. 너무 잘 어울리겠어요! 어서 입어 보세요”
그러나 남편의 말은 뜻밖이었다. “그거 날씬한 사람들이나 입는 거잖아” 같은 말이라도 ‘한번 입어 보지’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런다고 비싼 옷을 냉큼 사 입을 여자가 몇이나 된다고. 재미없는 남편은 자랑이 아니다. 말 잘하고 천 냥 빚도 갚는다지만 보통의 경우 침묵을 지키면 본전은 건진다. 침묵을 지키기 보다 더 말을 잘 할 수 있을 때는 예외다.
링컨이 젊은 시절 친구가 없는 자리에서 함부로 비방한 일이 있었다. 그게 빌미가 돼 그 친구로부터 결투신청을 받았고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전한다. 그 뒤로 링컨은 절대로 뒤에서 남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말을 재치 있게 하는 사람도 있다. 적절한 유머는 생활의 윤활유가 된다. 처칠 수상이 의회에서 연설을 할 때다. 한 야당 여성의원이 소리쳤다. “처칠 수상, 당신이 내 남편이라면 당신에게 독약을 줬을 거요” 이 정도를 독설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우리나라 국회라면 “그만 해!”, “입 닥쳐!” 정도의 야유는 약과다.
아무튼 영국의회에서는 그 정도만 돼도 대단한 독설로 치는 모양인데 처칠 수상이 대꾸가 멋지다. “내가 만약 부인의 남편이라면 부인이 주는 독약을 기꺼이 받아 마시겠습니다” 의사당에 폭소가 터져 나왔을 것은 당연지사다. 걸어 온 싸움을 재치 있는 유머로 받아 넘긴 것이다.
역시 영국의 이야기다.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한 수의사가 입후보해 선거유세를 하는데 비웃음에 찬 야유가 터져 나왔다. “당신은 수의산데 수의사가 뭐 하겠다고 국회의원이 되려고 합니까?” 더 할 수없는 경멸이었다. 그 말을 듣고도 수의사는 태연히 말했다. “예 저는 수의사입니다. 제가 진찰해 드릴까요?” 얼마나 멎진 응구첩대인가. 진찰해 드릴까요, 라니. 비난한 사람이 은연중에 소나 말 따위의 동물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고 멱살 잡힐 일도 아니다. 그만하면 정치인 자격이 있다.
말의 상처는 칼로 입는 상처보다 더 깊다고 한다. 말로 남의 가슴을 도려내기 좋아하는 것이 우리국민의 좋지 않은 버릇의 하나다. 경로당에 가면 며느리 잡는 말이 대부분이고, 회식하는 자리에서 주름잡는 안주감은 상사를 천하잡놈으로 만드는 것이다. 길가다가 실수로 어깨를 부딪쳤는데도 노려본다. 길거리에서 신호가 떨어지고 0.1초 이내에 차를 출발시키지 않으면 ‘빵 빵’ 소리가 뒤통수를 친다.
오죽하면 30여년전인가 서울의 동대구 JC가 나서서 ‘남의 말 좋게 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전국의 JC가 모두 참가했겠는가. 택시마다 뒷 유리창에 그런 표어를 부착했던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가 좀 나아졌으면 좋으련만 유감스럽게도 고약한 풍토는 달라지기는커녕 더 악화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인터넷의 댓글 주인공은 대게 젊은 층들이다. 거기 올라오는 글을 보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욕지거리가 아니라 육두문자가 예사로 나돈다. 대통령에게 욕지거리 퍼붓기는 예사다. 오죽 지독했으면 댓글에 시달린 연예인이 생목숨을 끊었겠는가.
말 많은 세상에 좌우명으로 추천하고 싶은 시조가 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을 말을 것이/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가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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