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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ㄱㄲㅋ 작명, 초정밀 반도체 저리가라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1일(목) 20:31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 대구광역일보
우리나라 23개 초성 자음에 대한 세종의 작명 과정을 살펴본다.
조선왕조 초기 나라는 아직 여러 면에서 취약, 불안했다. 태종의 뒤를 이어 나라를 반석 위에 세울 현군(賢君)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왕위를 이어받은 세종은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mission)가 천년만년 지속할 이상적이고 부강한 나라의 기틀을 다지는 것임을 분명히 인식했다. 돌아가실 때까지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고 백성은 곧 하늘이라는 전래의 가르침을 단 한시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왕은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려야 하고, ‘德(덕)’이란 ‘直(곧을=바를 직)’과 ‘心(마음 심)’, ‘行(행: 길→가다→행위)’의 합자로, 백성들에게 공정한 마음가짐으로 대하고 선행(은혜, 도움)을 베푸는 것임을 명심 또 명심했다.
1426년 음력 5월 6일자 반포 교서를 보면 세종대왕이 사람과 하늘 간의 감응 법칙에도 크게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옛날 서주 청동기 명문에 자주 보이는 계시적 문구인 “왕은 이와 같이 말하노라(王若曰)” 하면서 경건히 말을 이어나갔다.
“대개 듣건대 사람이 아래에서 느끼는(感) 바에 따라 하늘은 위에서 응(應)하니, 하늘과 사람 사이의 감응(感應)이 이렇게 빠름은 속일 수 없는 바이다… 내가 부덕하여… 지금까지 재변이 거듭돼 사람들은 폐허에 거처하고 곡식은 바짝 시들어 있다. 하늘의 질책과 훈계가 이토록 극에 이르렀으니,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삼가고 두려워하여 감히 혹여라도 태만히 하지 아니하였다”
백성을 자애(慈愛)롭게 대하고 구휼하는 과정에서, 세종대왕은 풍요를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과 정치하는 사람들이 절대 잊어서는 안될 사항을 교훈으로써 담아 훈민정음 초성 23자(전탁성 6개자 포함)에 대한 명칭 시가(詩歌)를 사진에서와 같이 작성했다.
그런데 이 명칭 시가를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렇게나 지은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조건들을 세종께서 스스로 설정한 다음에 제작한 초정밀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5언시와 7언시와 같은 일반 한시를 지을 때의 조건은 압운(押韻), 즉 운을 맞춰 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대왕께서 우리나라 초성 23자모에 대한 작명 작업 시 스스로 내건 조건은 일반 한시와는 차원이 달랐으니 다음과 같다.
①7음(아, 설, 순, 치, 후, 반설, 반치)의 순서대로 제작할 것 ②종성 받침 ㄱㄷㅂ의 입성 글자들을 모두 포함한 4성(평상거입)이 빠짐없어야 할 것 ③중성 11개자의 명칭도 아울러 나타낼 것 ④한자음의 여섯 종성(ㄱ, ㄴ, ㄷ→ㄹ, ㅁ, ㅂ, ㆁ)을 모두 표현할 것 ⑤중국 운서들에서 정한 명칭은 쓰지 않을 것 ⑥풍요의 부국정신과 정치의 요체 및 교훈을 담을 것.
입성(入聲)이라 함은 받침이 ㄱ, ㄷ, ㅂ으로 끝나는 소리이다. 위 조건들에 따라 세종대왕은 ‘업, 볃, 즉, 숟, 읍, 욕’ 자를 시가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자음에는 ㄱ, ㄷ, ㅂ을 포함한 ㄴ, ㅁ, ㆁ의 총 6종성이 있는데 ‘군, 담(땀), 탄, 침, 홍, 양’을 넣음으로써 조건을 충족시켰다.
또한 상성(上聲)의 글자로 절묘하게 斗(두)자를 채택함으로써 평상거입이라는 4성 모두를 표현했다. 그리고 중국에서 쓴 치두음의 중국 명칭 ‘邪’를, 우리의 초성 ㅆ의 명칭으로 쓴 것 외에 나머지 22개 글자들의 명칭은 모두 새로운 글자들로써 작명했다.
한시를 지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운 하나 맞추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많은 조건들이 내걸린 시가를 완성한다는 것은 반도체와 같은 난이도 최고의 초정밀 작업으로 세종대왕 외엔 불가능하다할 것이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후손들에게 인류문명사적으로 전무후무한 걸작을 남겨주셨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대구광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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