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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결혼한 신데렐라의 불안한 신혼생활<1>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13일(월) 20:43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대구광역일보
화려한 팡파르와 함께 시작된 무도회가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나와 왕자님의 결혼을 축하하는 무도회였으니 그 주인공도 물론 나였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드레스들이 너울거리는 무도회장의 모든 시선과 조명은 나를 따라 움직였다. 나의 손을 잡고 왈츠를 추던 왕자님, 아니 남편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제 당신은 나의 아내이니 자정이 넘어도 여기를 떠날 필요가 없소”
그랬다. 세상이 ‘재투성이 신데렐라’라고 부르던 가련했던 나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됐다. 외롭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내 앞에는 행복한 나날들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의 결혼생활은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귀족이 아닌 여염집 출신인 나는 궁중 법도를 잘 몰랐고, 그래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수련과 교육으로 보내야만 했다. 남편도 왕위 계승자로서 실무경험을 쌓기 위해 시아버지인 국왕을 대신해서 빡빡한 대내외 업무를 처리하느라 우리 부부는 신혼임에도 늦은 밤에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결혼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친정 식구들을 초청했다. 나를 구박했던 새어머니와 두 언니가 손이 닳도록 용서를 빌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편은 이 세 사람을 위해 만찬을 준비했고, 국사에 바쁘신 시부모님까지 오셔서 자리를 빛내주셨다. 왕궁에서 외톨이처럼 지내던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도 잠시, 친정 식구들의 테이블 매너를 보신 시어머니가 살짝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는 데다가 크기가 각각 다른 스푼과 포크들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친정 식구들은 당황했고, 눈치를 보다가 실수를 하는 통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모르면 배우면 되는데, 왜 이렇게 빡빡하게 구는지, 나는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오늘도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또 하루가 밝았다. 외국 사절을 위한 무도회가 열리는 날이다. 오늘 나는 수상 부인을 에스코트해야 하는데, 통역관을 대동한 나를 보고 시어머니인 왕비님이 혀를 쯧쯧 찼다. “왕자비로서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하는 게 당연한데….” 시어머니는 나 들으라는 듯이 혼잣말을 하신다. 결혼한 지 겨우 반년밖에 안 됐는데, 너무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했다. 지금도 많은 것을 익히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 이상 하라는 말인지.
무도회는 언제나 설렌다. 남편을 처음 만났던 곳에서 남편과 마주 보고 춤을 추고 있으면 나는 늘 첫 만남의 감동과 환희에 휩싸인다. 빠듯한 일정으로 서로 바쁘지만,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서로에게 충실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오늘 춤을 출 때 남편의 시선은 내가 아닌 다른 곳에 머물고 있었다. 남편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남편 시선에서 벗어나듯, 남편 마음에서도 벗어난 것이 아닌지 두려웠을 뿐이다.<2편에 계속>
대구광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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