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태풍 ‘나크리’가 제주를 거쳐 서해상으로 북상하면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폭우와 강풍피해가 잇따랐다. 3일 자정부터 오후 3시까지 제주 윗세오름(산간) 1456.5㎜, 경남 지리산 494.5㎜, 경남 거제도 259.5㎜, 전남 고흥 339.5㎜, 경주 토함산 150.5㎜로 기록됐으나 이들 지역에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오히려 누적 강우량이 74.2㎜에 불과한 경북 청도에서 일가족 7명이 계곡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문제는 세월호참사에서 입증된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험준한 산세에도 불구하고 계곡마다 우후죽순처럼 캠핑장과 펜션이 들어 서 있어서 여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계곡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교량조차 미비된채 방치한 것이 사고를 불렀다.사고는 3일 오전 2시 50분께 발생했다. 2박3일 일정으로 1일부터 삼계계곡을 찾아 펜션에 머물렀던 일가족 6명과 딸의 친구 등 7명이 탄 아반떼 승용차가 계곡에 설치된 잠수보를 건너다가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떠내려간 것이다. 119구조대가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승용차 탑승객 7명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폭우가 쏟아지자 갇힌 것을 우려해 이들이 새벽에 빠져나오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산계곡에 피서 간 당자들의 판단미숙도 있겠지만 더 큰 원인은 당국의 책임이 더 무거워 보인다. 하천 바닥에서 불과 1m 높이로 세워진 보 형태의 잠수교는 평소 다리처럼 차량통행이 가능했지만 비만 오면 물이 넘쳐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곳은 2010년 7월에도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나 펜션 등에 머물던 피서객 45명이 고립됐고, 2011년 6월에도 태풍 메아리로 인해 계곡물이 불어나 피서객 200여명이 고립됐던 곳이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의 줄기찬 민원에도 불구하고 교량설치를 미루고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상주의 한 교회 수련원 2층 천장이 준공 10일 만에 폭삭 내려앉은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다. 당국의 태풍대책도 허점투성이다. 태풍피해가 예상되는데도 경고방송만 했을 뿐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 대피를 유도하지 않아 참변에 일조했다. 경북도가 1일 ‘가뭄 및 태풍 나크리 대책 긴급회의’를 열고 태풍접근에 따른 각 기관별 대처계획 등을 밝히고 유관기관과의 공조체계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관례적 전시행정에 불과했다. 태풍 `할롱`이 북상 중이듯 위기는 반복된다. 행정당국이 변하지 않으면 참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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