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철도, 교육, 해운 등 각 분야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수사에서 정치권이 연루된 비리의 꼬리를 밟고 사정(司正)의 칼을 빼들었다.검찰이 현직 국회의원을 정면으로 겨눈 건 2012년 저축은행 비리 수사 이후 2년 만으로 정치권을 향한 사정정국이 다시 무르익고 있다.지금껏 수사선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모두 5명으로 선거가 끝날 때까지 숨고르기를 해오던 검찰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면서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與野 의원 5명 무슨 혐의 받나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은 새누리 2명, 새정치민주연합 3명으로 대부분 재선 또는 3선 이상의 중진급 의원들이다.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이 철도 부품 납품업체의 유착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또 특수2부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진급 신계륜(60), 김재윤(49), 신학용(62) 의원이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옛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로부터 입법로비를 받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은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정체불명의 뭉칫돈을 수사하고 있다.이 가운데 조현룡 의원과 박상은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가장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조 의원은 국내 최대 철도궤도 업체로 알려진 삼표이앤씨 측으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1억원 이상의 금품이 조 의원 운전기사와 고교 선배를 통해 전달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검찰은 삼표이앤씨가 개발한 사전 제작형 콘크리트 궤도(PST) 공법이 중앙선 망미터널, 경전선(반성~진주) 구간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는데도 호남고속철도 건설 등에 계속 적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 의원에 대한 금품로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박 의원은 장남 집에서 발견된 현금 6억원과 운전기사가 검찰에 넘긴 3000만원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고 있다.또 박 의원은 해운업체 수십곳으로부터 쪼개기 형식의 후원금을 수수한 의혹과 특별보좌관의 임금 대납 및 비서에게 후원금을 강요한 의혹도 받고 있다.검찰은 여당 뿐만 아니라 제1야당에도 사정의 칼을 겨눴다.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은 지난해 9월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측으로부터 입법로비를 받고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을 발의해준 대가로 수천만원 안팎의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이 개정안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직업훈련시설인 직업훈련원·직업(전문)학교 등에서 `직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학교 이름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올해 4월29일 본회의를 통과해 6월21일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는 교명을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 변경했다.신계륜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던 시절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김재윤 의원이 발의자 2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19대 국회 전반기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학용 의원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신 의원 등은 법안을 발의한 이유로 중복 규제를 꼽았다. 법인명칭으로 `직업` 또는 `직업능력개발훈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만큼 법인명칭에 더해 별도로 학교명칭에 `직업`이라는 표현을 강제하는 것은 민간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다만 세 의원은 모두 서종예측으로부터 입법로비나 대가성 금품을 받은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검찰 수사 관건은 검찰의 이른바 `관피아` 수사는 정치권을 향해 뻗어가고 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낙관하는 게 쉽지 않다.박상은 의원의 경우 검찰이 뭉칫돈의 출처와 자금 성격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로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수집 작업은 적잖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자금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자칫 수사가 표류하거나 파장이 미미한 수준에서 끝낼 수도 있다. 조 의원의 `철피아` 뇌물수수 의혹은 주로 현금으로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계좌추적 등의 통상적인 수사기법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때문에 검찰은 돈을 준 공여자나 돈을 배달한 전달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검찰은 대신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돈을 전달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나 돈을 전달한 시점의 잦은 통화내역, 이동 동선 등의 정황증거를 내세워 조 의원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새정치민주연합의 중진급 의원 3명에 대한 검찰 수사도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검찰은 신계륜 의원 등이 발의를 주도한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입법로비를 의심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얼마나 갖고 있을지는 미지수다.검찰은 김 이사장 등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 관계자들을 여러차례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에 대한 금품로비를 시인하는 내용의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계륜 의원과 김재윤 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명하며 구체적인 액수는 확인해주지 않으면서도 `학교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건 맞다`고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냈다.다만 서종예 측에서 법안을 발의한 시점을 전후해 실제 금품이 전달됐는지, 유리한 법안을 발의해 준 것에 대한 대가성 금품으로 연관지을 수 있을지는 입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더욱이 야권에서 여당 의원 수사에 대한 `물타기`로 여론몰이하며 강하게 반발할 경우 검찰이 앞으로 만만치 않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무엇보다도 박지원, 이석현 의원 등 야당 정치인이 연루된 뇌물(금품)사건에서 검찰 수사단계에서 한 진술과 재판에서 한 진술이 뒤바뀌면서 무죄가 난 사례가 적지 않아 진술 외에 다른 결정적인 `한 방`을 찾아야만 하는 숙제도 검찰로서는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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