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 지난 2월부터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해 사망자가 9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와 감염자 모두 1976년 발병(431명 사망)이 확인된 이후 사상 최대다. 아직까지 감염숙주도 밝혀지지 않았고, 백신과 치료제도 없어 치사율이 최대 90%에 이르는 죽음의 바이러스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통제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WHO가 6일 긴급위원회를 열어 확산 방지 대책과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세계 각국이 서아프리카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에볼라 발병 국가들은 바이러스가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발병 지역에 격리 구역을 설치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국제 항공사들도 지난주 말부터 이곳을 오가는 항공편을 무기한 중단했다. 미국도 340명 평화봉사단을 전원 철수시켰고 이미 발병한 미국인 환자 2명을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어제 특수 항공기편으로 애틀랜타 에모리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정부는 지난 4일 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주재로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고, 감염된 사람의 혈액, 체액, 침, 땀 등 분비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된 침팬지, 고릴라, 과일박쥐 등 동물과 접촉했을 때 감염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문제는 지난 해 4만명이 넘는 아프리카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에볼라 발생 3국에서도 4000명이나 왔으므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민간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해외 의료봉사자와 선교사들은 더 걱정이다. 이들의 경우 정부당국에서 전혀 파악되고 있지 않는가 하면 현지인과 부단히 접촉하는 등 감염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단체와 종교단체 및 해외 봉사단체의 협조를 얻어 동태를 파악하는 등 아프리카에 여행한 사람들을 추적하여 공항에서 검역절차를 철저히 밟게 해야 한다. 또한 상황이 극히 좋지 않은데도 봉사단체 및 선교단체가 아프리카의 위험지역을 방문하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는 일이 없도록 국민 전체가 협조해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괴담을 경계하고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철저한 위생습관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