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심지 동성로 한일극장 앞엔 횡단보도가 있다. 대구시는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보행자 중심 교통정책·동성로 북측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했고, 시민은 부지불식간에 `동성로 국채보상로 보행환경개선사업(2012.9-2014.3)`비로 38억 원을 지불했다. 지하상가 활성화 대책으로 에스컬레이터 설치와 상가 리모델링 비용으로 든 금액이다.  결국 대구시민은 `38억+α(뮤지컬광장 조성비 등)`의 거금을 지불하고 `보행권`을 샀다. 보행권 반환청구비로는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룬 셈이다. 일반적으로 `보행권`은 시의 교통정책적 판단이나 지하상가 환경개선보다 우선시 되어야한다. `혐연권`은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인데 두 권리가 상충될 때는 분명 어느 한 권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보행권`이 그러한 셈이다.  시의 고위관계자는 “대구시 교통정책 방향을 이해하고 협조해 주신 지하 상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지하상가 활성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에선“에스컬레이터와 뮤지컬 광장 설치로 동성로 지하상가 활성화 대책에 대해 충분히 노력했다”며 “횡단보도를 설치하면서 지하상가에도 각종 구조물을 설치했으니 입점 상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했다”며 시 입장을 밝혔다. 동성로 지하상가 입주 상인들은 “30년 장사하면서 최악의 상황”이라며 시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에스컬레이터나 뮤지컬 광장이 매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매출은 줄고 관리비는 그대로니 죽을 맛이다”고 푸념을 털어놓는다. 주말 오후 1~5시 사이에 시간당 1,800명 정도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고 있어, 지금은 설치의 효용성이 의문시된다. 그런데 반월당 메트로센터는 시쳇말로 대구지하상가의 `대세(大勢)`로 자리잡았다. 젊은이와 알뜰한 주부들의 발걸음이 이곳에 머물고, 어르신들의 약속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환승역이라는 지리적 이점보다 경쟁력을 갖춘 상가가 더 중요하다. 동성로 지하상가의 지상 유동인구수는 반월당 메트로센터보다 결코 적지 않다. 단순히 지하상가라는 입지적 조건이 매출감소·상권위축이란 등호(=)관계를 이루지는 않는다. 이점을 동성로지하상가는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언제까지나 대구시의 정책적 배려로 경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는 없다. 지하상가 점주들은 대구시민이고 우리의 따뜻한 이웃이다. 일반시민들은 지하상가 상권이 활성화되고 잘살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동성로 국채보상로 보행환경개선사업`은 속내는 대구시와 동성로 지하상가 간의 `절묘한 딜`이었고 대구시민은 `38억+α`의 불편한 수혜자(?)가 되었다. 대구시민·지하상가 상인·대구시로 대표되는 관련 당사자 중, 주머니에 구멍 뚫린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대구시민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막대한 혈세가 조금이라도 낭비되어선 안 된다. 끝으로 묻는다. 38억짜리 한일극장 앞 보행권, 누굴 위한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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