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52) 류승룡(44) 주연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올해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개봉 열이틀 만의 실적으로, 사상 최고의 흥행속도다. 이에 따라 3년 연속 한국영화 1억 관객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2012, 2013년 한국영화는 2년 연속 1억 관객을 넘겼다. 2012년 11월20일, 지난해에는 10월5일에 누적관객 1억명을 찍었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59.7%로 60%에 육박했다. 실험적이면서도 새로운 장르로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켰기에 가능했다.지난해에는 1월 류승룡 주연 가족영화 `7번방의 선물`(1281만명)을 비롯해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934만명), 액션 `베를린`(716만명), 코미디 `은밀하게 위대하게`(695만명), 스릴러 `숨바꼭질`(560만명), 드라마 `더 테러 라이브`(558만명), 추리극 `감시자들`(550만명), 범죄 `신세계`(468만명) 등이 8월까지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후관상`(913만명) `친구`(296만명) 등이 뒤를 받쳤다.올해 상반기에는 기대작들이 무너지며 주춤했다. 1월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863만명)를 제외하고는 `역린`(384만명), `끝까지 간다`(312만명), `표적`(284만명) 등 작품만 8월까지 흥행성적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438만명),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431만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416만명),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396만명) 등 할리우드 영화들에게 밀렸다.7월까지 한국영화 관객수는 5177만300명에 그쳤다. 지난해 6407만2443명보다 1230만2143명이 적다.정지욱 평론가는 "후반기 한국영화들의 뚜껑이 열려봐야 올해 1억 관객 돌파 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전반기 성적으로만 봤을 때는 주춤한 게 사실이다. 상반기 작품이 지나치게 기획으로만 가고 관객의 욕구를 못 맞췄다. 한국 관객의 눈높이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마케팅에 치중하거나 안이한 기획으로 영화 제작에 임했다. 이 부분이 상반기 부진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여름 성수기(7~8월)에 3000만 관객이 모여야 희망이 보인다."추세대로라면 `명량`은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인 `괴물`(1301만명)을 넘어 1500만명까지 갈 수도 있다.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를 포함해 총제작비 160억원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100억원의 `해무`는 500만명씩을 불러들어야 한다.이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들이 나머지를 채워 1억 관객을 기록해야 한다. 추석시즌에 맞춰 개봉하는 강동원·송혜교 주연 `두근두근 내 인생`은 소설가 김애란씨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소설과 영화 팬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자식을 낳은 부모, 열일곱 살을 앞두고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아들의 이야기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타짜-신의 손`은 `과속스캔들` `써니`의 강형철 감독과 그룹 `빅뱅`의 최승현의 조화로 기대를 모으는 순제작비 80억원의 대작이다. 전작 `타짜`에 나온 `아귀` 김윤석을 포함해 유해진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한다.12월 개봉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은 순제작비 135억원의 대작이다. 황정민·김윤진·오달수가 주연한 이 영화는 6·25 동란 이후 현재에 이르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병헌·전도연·김고은 주연 `협녀: 칼의 기억`도 순제작비 90억원을 썼다. 고려 말 당대 최고의 여자검객이라는 신분을 숨긴 채 스승이자 엄마로서 복수를 위한 비밀병기 `설희`(김고은)를 키워 온 `설랑`(전도연)과 그들의 복수 대상이자 천출 신분으로 왕의 자리를 탐하는 `덕기`(이병헌)의 18년 만의 숙명적 재회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롤러코스터`로 감독으로도 인정받은 하정우는 `허삼관매혈기`로 두 번째 장편영화를 내놓는다. 이탈리아의 그린차네 카보우르 문학상(1998), 미국 반스&노블 신인작가상(2004), 프랑스 문학예술 훈장(2004)을 받은 중국 소설가 위화(54)의 1996년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제작비 70억원을 들였다. 연말에 관객을 만난다.정 평론가는 "상반기 한국영화가 부진했는데 `명량`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해줘서 전반적으로 부족했던 올해 한국 영화산업의 한 부분을 채워줬다. 민족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을 소재로 해 사회적으로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미소를 던져줄 수 있었던 점은 사회적으로 큰 평가를 받을 만하다"고 말했다.반면, 6000~7000회에 달하는 상영횟수는 아쉽다는 지적이다. "다른 영화에게 상영관을 배려하면서 동반 성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추석까지 천천히 관객을 늘려가는 느린 성장으로 다른 영화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명량`이 성공해서 빛을 본만큼 그 그림자에 깔린 영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속도 경쟁에 나선다는 점에서는 아쉽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