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11시 아동학대 피해 아동과 유가족을 위한 모임 `천사들의 둥지` 회원 10여 명이 대구시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모였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비슷한 시기에 친부와 동거녀, 계모 등에 의해 폭행을 당해 숨진 고 이건희(당시 9세)군과 김소원(가명, 당시 8세)양의 사망 1주기 추모식을 조촐하게 열었다. 과자들로 가득한 아기자기한 상 위에는 생전 건희와 소원이의 웃는 사진이 액자에 보관돼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과자가 상에 수북했지만,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도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 이날 추모식을 위해 참석한 소원이의 고모는 상 위에 놓인 소원이의 생전 사진을 보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미어지는 가슴을 두드리기 바빴다.찬송가와 기도문이 울려 퍼지는 동안 거실에 모인 사람들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느라 손수건이 마를 새가 없었다. 특히 소원이를 수년간 길러온 고모의 고개는 땅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찬송가를 부르는 중에도 몇 번이나 어깨를 들썩이면서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기도를 계속 외웠다.기도가 끝나자 천사들의 둥지 회원들은 미리 준비한 영상을 컴퓨터로 틀었다. 거실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에서는 건희, 소원이를 비롯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들의 생전 사진이 `천 개의 바람이 되어` 노래에 맞춰 한 장씩 흘러갔다. 너무나도 어린 얼굴들의 아래에는 10년도 채 채우지 못한 생년월일과 사망일시가 적혀 있었다.소원이의 사진이 나올 때는 고모가 쓴 편지의 구절이 함께 나왔다. "그곳에선 편안하지"로 시작한 고모의 편지에는 "남아있는 언니를 걱정하지 말고, 고모와 있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미소와 사랑스러운 기억만 심어줘서 고마워"라고 적혀있었다.고모는 "소원이에게 끝까지 미안했던 건 (진짜)엄마가 돼주지 못했던 것"이라며 "천국에서라도 소원이가 못 받은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추모식을 이끈 `천사들의 둥지` 회원 이미옥(36·여)씨는 "비슷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건희와 소원이를 위해 8월 한 달 동안을 추도 기간으로 정했다"며 "앞으로도 바자회 등을 열어 숨진 피해 아동들의 이름으로 지역 아동센터에 성금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추모식을 자신의 집에서 마련한 한언경(48·여)씨는 "죄 없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이같은 일을 저지른 친부모와 계모, 계부에게는 당연히 그에 걸맞은 형량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한편 8살 의붓딸 소원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칠곡계모사건`의 계모 임모(36)씨와 친부 김모(38)씨는 소원이의 친언니인 소리(가명·12)에게도 입에 담지도 못할 학대를 한 혐의로 추가기소돼 이날 선고가 예정돼 있었으나 연기된 상태다. 검찰은 계모 임씨에게 징역 15년, 친부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