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는 화재, 지진 등 각종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생명의 문이다. 비상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대형참사로 이어진 사건 가운데 1999년 10월말 10대 청소년 등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숨진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장성효사랑병원 화재를 계기로 전국에 걸쳐 `생명의 문 비상구` 홍보 켐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그런데도 이 생명의 문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이유는 업주들이 최대한 매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다. 손님을 관리하기 편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래서 출입을 못하게 잠가 놓을 뿐만 아니라 물건을 쌓아두거나 매장처럼 사용한다. 유사시 사용이 불가하거나 아예 훼손, 폐쇄한 곳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날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 시설인데도 4층, 5층, 6충 사이 비상통로가 거대한 물품보관창고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재나 위급상황 발생시 비상통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자칫 대형 인명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충별 비상구 복도 역시 상품이 가득담긴 각종 상자들이 무작위로 적치돼 위급한 일이 벌어질 경우 지나다닐 엄두도 내기 어렵게 돼 있다.비상통로와 비상구를 막아 놓은데 대해 기자가 질문하자 백화점 관계자는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요령부득의 변명을 했지만 오후 12시경 다시 확인했을 때도 비상통로에는 여전히 온갖 상자들로 가득 차 물품보관창고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 기자가 확인바로는 비상구 계단의 철문도 잠겨 있었다고 하니 비상통로와 비상구의 중요성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본보기라 하겠다. 지난 해 7월 아시아나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충돌 직후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속에서도 300여명의 승객 전원이 불과 3분만에 탈출한 것은 승무원들의 침착한 탈출유도와 신속한 비상구개방의 덕이라고 한다. 그처럼 비상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므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당국은 소방법을 엄격히 적용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비상구와 비상통로를 폐쇄하거나 장애물을 설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처벌규정을 엄격히 적용하여 유사시에 대비토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