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다가 오는 요즈음 우울하고 서글픈 사람들이 있다. 보너스는 고사하고 몇 달 동안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근로자들이다. 근로자들에게 임금은 그와 가족들의 생명줄이다. 얄팍한 임금을 한 달 치만 받지 못해도 당장 살림이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사업주가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악성 사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구고용노동청 경주지역 제조업체 대표 이모(55)씨가 그런 경우이다.대구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억대의 근로자 임금 등을 체불한 경주지역 제조업체 대표 이모(55)씨를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씨는 경북 경주시에서 비금속광물제품제조업을 운영하면서 근로자 14명에게 연장 및 특별 근무를 강요하면서도 10개월간 임금과 퇴직금 등 2억7000여만 원을 주지 않고 있다가 구속됐다. 10개월간 임금없이 어떻게 살라고 한 짓인지 기가 막힌다.특히 이 씨는 대출자금으로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고 말해놓고는 실제 청산노력은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법인카드 부정사용, 법인자금 비정상 운영, 허위 세금계산서발행 등 죄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경우 개인의 힘으로 임금을 받아내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악덕·상습 체불로 명단공개 된 사업주 498명 가운데 490명(98.4%)이 벌금형 처벌을 받는 데 그쳤고 징역형은 8명(1.6%)뿐이다. 심지어 사업주 3명 중 1명은 체불임금액의 6분의1에도 못 미치는 벌금만 냈다.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만 8043개 사업장이 26만 7000여명의 임금(1조 1930억원)을 체불한 혐의로 정부조사를 받았지만 구속된 사업주는 한 해에 10명 정도이다. 임금을 체불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 벌금이 부과되지만 대체로 100만~200만원의 벌금형만 받는 실정이니, 다른 범죄 형량과 비교해 체불 사업주에게 너무 관대한 것이다. 결국 당국의 미지근한 처벌수위가 악덕 임금체벌업주를 양산해 온 셈이다. 그 점에서 정부가 지난 7월 15일 입법예고한 임금체불 사업자에 대한 처벌 강화법이 기대된다. 추석을 앞둔 시점에서 악덕 사업주에 대한 제재가 실효성을 거두려면 감독강화와 함께 법정에서도 보다 엄한 처벌 잣대가 적용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