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의 영광은 대일항쟁기, 나라의 주권을 되찾고 자주독립을 실현하려는 독립운동 선열들의 희생과 염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우리의 근현대사는 선열들의 희생과 염원을 그대로 실현시켜 주지는 못했다. 꿈에 그리던 조국광복은 됐지만 예기치 않게 국토가 남북으로 갈라지고, 한 때 합심해 독립투쟁을 벌였던 동포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참혹한 전쟁까지 치름으로써 64년의 세월동안 서로를 증오하며 살아오고 있다. 독립운동 선열들의 염원과 자라나는 후세들을 위한 올바른 민족정기 선양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국제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혼미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원칙을 지키는 내치와 신뢰를 쌓는 외교가 기본이라 하겠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우리 민족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었던 갑오년이 다시 시작되는 올해, 우리 국민은 국내문제든, 국제문제든 이를 해결하는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 민족 망국의 역사가 시작됐던 120년 전 갑오년의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과의 오랜 동맹관계도 망각해서는 안 되며,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의 의거현장은 물론, 광복군 활동지역과 김좌진 장군 사적지 복원에도 배려를 해준 중국과는 경제와 문화를 넘어 정치와 외교 등 다방면의 교류를 통한 역사공조를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 일본과의 선린우호 관계회복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비록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으로 전쟁이 가능한 군대무장을 시도하고, 평화헌법 해석과 고노담화에 담긴 일본인들의 진정성을 저버리고 있지만, 수교이후 50여년동안 함께 협력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온 일본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다.일본에 대해 끊임없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면서 평화의 물결이 넘치는 동북아 미래를 함께 열어갈 동반자로 만들어 가야 한다. 120년 전 갑오년의 비극적 역사는 약육강식의 세계질서가 지배하는 가운데, 우리가 너무 힘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날의 우리 선열들은 3.1독립운동 선언서를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진 대로, 일본의 신의 없음을 죄주려 하지 않았고, 일본의 의리 없음을 꾸짖으려 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위선과 속임수로 인해 두 민족 간의 영원히 함께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구덩이를 더욱 깊게 만드는 당시의 참혹한 현실에서도 우리의 선열들은 참된 이해와 동정에 기초를 둔 우호적인 관계를 원했고, 영구한 동양의 평화를 구현키 위해 몸부림을 쳤다.일본의 폭압과 학정 아래서도 일본을 원망하지 않고 비폭력 평화운동을 벌임으로써 오히려 일본에게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을 심어주었던 것은, 5천년 문화민족의 혈관 속에 흐르는 자긍심의 DNA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지난 세기 서세동점의 갑오년의 교훈을 삼아 남북한의 평화적인 통일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냉혹한 한반도 주변정세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힘을 기르고 유지한 채, 균형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지도자들은 한말 위정자들이 보여준 망국의 정쟁을 반면교사로 삼고, 국민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합심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결코 사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선공후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고, 공수신퇴를 실천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들은 통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망본초란(忘本招亂)`이라는 말이 있다. `기본을 잊으면 혼란을 초래 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 국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기본을 잊지 않는 자세다.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이를 망각했다. 지난 4월 피해자와 유족은 물론, 온 국민을 비탄 속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여객선 참사는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모순에서 비롯된 부끄러운 사고였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물론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는 전면적인 쇄신과 변화를 지향하는 각성과 의지가 필요하다.오늘의 광복절은 남북한이 함께 경축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민족동질성 회복에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겠다는 북한당국의 모습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진정한 마음이기를 진실로 바란다. 광복 70년을 앞둔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도 밝혔듯이, 한반도가 평화통일이 되어야 광복이 완성된다는 신념과 함께 희망과 인내를 가지고 남북한 간의 끊임없는 교류와 협력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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