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박모(28)씨는 지난해 6월 취업 스터디 그룹에 참가했다가 한 달 동안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 스터디원을 모집한다는 게시글을 올린 뒤 잠적한 스터디장 때문이었다.박씨는 토익 점수를 올릴 방법을 찾다가 한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 `원어민 수준 스터디장의 첨삭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스터디 모집`이라는 글을 발견했다.박씨는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스터디장이 첨삭 지도를 해주는 점도 큰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모집 글에 적힌 대로 스터디 모임 장소였던 강남의 한 학원을 찾아 공간 대여료 8만원도 미리 냈다.최근 취업 준비를 하며 스터디 그룹을 이용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2013년 7월 대학생 843명을 대상으로 취업 스터디 참여 경험을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55%)은 스터디 그룹을 활용해 취업 준비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모집 글에 올린 계획대로 스터디를 운영하지 않고 잠적하거나 스터디원들에게 회화나 첨삭 지도를 해준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허다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박씨 등 취업준비생들을 울린 스터디장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9개월 동안 학원 강의실 한 곳을 빌린 뒤 스터디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스터디원은 영어회화 등 수강료 명목으로 학원에 5만원을 내기도 했다. 공간 대여료를 제외한 돈은 백씨가 `원어민 강사를 돕는 일에 쓴다`며 가져갔다고 학원 관계자는 설명했다.학원 관계자는 "B씨는 모바일 메신저 계정 7~8개를 번갈아 사용하며 스터디원을 모았다"며 "B씨가 나타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 사람이 40여명에 달했다"고 말했다.특히 취업준비생들은 비용이 적게 들고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스터디를 활용하는 경향이 높아 이 같은 사기 범죄에 이용될 위험이 더 높다. 스터디 그룹을 구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여기거나 적은 금액을 잃었다고 생각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정확한 피해 규모도 파악하기 어렵다.이 같은 행위는 경우에 따라 사기 범죄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B씨의 경우처럼 공부 계획을 마련해준다거나 첨삭 지도를 해준다는 글을 올리고 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은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영어회화 수강료 등을 빌미로 돈을 받고 약속한 것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기 행각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경찰 관계자는 "강의나 공부 계획을 제공한다고 해서 스터디에 참여하도록 유도한 뒤 연락이 잘 안된다면 사기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며 "스터디장과 공간을 제공한 쪽이 금전 거래를 했다면 삼각사기 수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