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존치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사법시험은 2017년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로스쿨) 졸업생만이 판사나 검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현행처럼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사나 검사에 임용될 수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로스쿨 졸업자만이 변호사나 재판연구관, 검사보를 거쳐 법관이나 검사로 임용된다.2009년 당시 충분한 논의나 여론수렴 없이 여야의 사학법 개정협상과 맞물려 전격적으로 통과된 로스쿨 제도. 7년차를 맞은 로스쿨 제도가 당초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결국 사법시험 존치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우선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측은 로스쿨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이 법조인이 될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돈스쿨`이라고 지적한다.또 사법시험으로 배출된 법조인도 사후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기 위해선 사법시험보다 연평균 두 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입학금을 제외한 우리나라 연평균 로스쿨 등록금은 국립대는 1000만원대, 사립대는 2000만원대에 이른다.지난해 전북대 천도정(경영학) 교수와 중앙대 황인태(경영학)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법조인 선발제도별 법조계 진입유인 실증분석`에 따르면 로스쿨 진학을 준비한 시점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4.77년간 연평균 2217만여원, 총 1억579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 비해 사법시험은 시험 준비를 시작한 때부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기까지 6.79년간 연평균 932만여원, 총 6333만여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이는 각 선발제도를 통한 변호사 자격 취득자들의 평균 연령과 수험 기간 등을 바탕으로 평균 학비·생활비·학원수강료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반면 `사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 역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더 이상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 사다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또한 변호사라는 전문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단 한번의 시험이 아니라 로스쿨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미 폐지가 결정된 사시를 되살리는 것이 국력 낭비만 초래한다고 반론한다.이처럼 한동안 잠잠했던 이슈에 불을 지핀 건 `사시 존치론`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최근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에 당선된 하창우(61·연수원 15기) 변호사다.하 회장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농부의 아들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며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법조계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사시 존치`를 위한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로스쿨과 병행하도록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같은 당 김용남·노철래·함진규 의원 등 10명 역시 사시 유지를 골자로 한 법안을 이미 제출해둔 상태다.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출신인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로스쿨에 가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사실상의 사시 존치 법안을 발의했다.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들은 대체로 현행 사시 제도를 유지하면서 로스쿨과 병행하거나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 법조인 진출 기회를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법안 발의 이외에 `사시 존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시 출신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검사 출신인 홍준표(61) 경남지사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사법시험제도가 없었다면 고졸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법조 특권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희망의 사다리를 허물어버린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신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시니 참아이러니컬한 일"이라며 사시 존치를 주장했다.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관철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시 제도가 유지될 경우 상대적 피해가 예상되는 로스쿨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사시 존치론을 반대하는 이들은 사법시험이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의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사시 존치론은 소모적 논쟁거리만 양산할 뿐이라고 주장한다.또 현행대로 사법시험이 유지될 경우 로스쿨 출신 법조인은 사시 출신에게 밀려 사실상 서자(庶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법조인 선발 제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 합격`으로 정리됐다"며 "희망의 사다리로서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로스쿨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비판했다.법조계 안팎에서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와 사시 존치론이 힘을 얻을수록 법조인 선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로스쿨 2기의 정원 대비 법조인 취업률 현황`에 따르면 로스쿨 졸업생의 법조인으로의 취업률은 평균 42%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