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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오에 겐자부로“일본정부 위안부 사죄해야”
일본 성차별적 이데올로기
여성폭력으로… 아버지 죽음
처음 다룬‘익사’번역출간
대구광역일보 기자 /  입력 : 2015년 03월 15일(일)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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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대구광역일보 | |
“소설이라는 형식 안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모든 것은 ‘익사’에서 끝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현대 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가 자전적 소설 ‘익사’ 번역 출간을 기념해 내한, 13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익사’는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그는 작중 화자이자 자신의 페르소나(분신)인 ‘조코 고기토’의 입을 빌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한다.
조코 고기토의 아버지는 그가 아홉 살 때 죽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군인들과 함께 천황에 반대하는 궐기를 준비하던 아버지가 타고 있던 배가 뒤집혔다. 그 장면을 목격한 어린 조코 고기토는 큰 상처를 받았다. 60년이 지나 노인이 됐는데도 꿈에 나타날 정도다. 그의 오랜 목표는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익사 소설’ 출간이다.
‘익사’는 조코 고기토가 어머니의 유품인 ‘붉은 가죽 트렁크’를 참고, ‘익사 소설’을 집필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아들 아카리와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조코 고기토는 소설을 준비하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아들과 화해한다. 아버지와 조코 고기토, 조코 고기토와 아카리 이 두 부자(父子) 관계에 대한 내용이 ‘익사’의 큰 줄거리다.
실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전적 소설이지만, 개인 수준의 담론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에 겐자부로는 작품을 통해 지속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 왔다. 특히 전쟁,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그는 ‘익사’에서도 일본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전쟁 직후 청년들의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는 굉장히 우익적이고 천황 중심적인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이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멸이 뻔히 보이는 상황임에도 일본이 전쟁을 계속하자 아버지는 천황과 함께 죽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로 인해 일본이 전쟁을 그만두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익사하면서 그 계획은 실패하게 된다. ‘익사’에서 아버지를 통해 전체주의에 빠진 일본을 바라보는 어른의 태도를 말하고 싶었다.
동시에 그런 아버지를 둔 아들, 패전 이후를 살아온 조코 고기토의 삶을 그렸다.”
천황은 일본의 전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결국, 천황과 함께 자폭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일본의 멸망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그전까지 해 왔던 우익적인 생각의 멸망이기도 하다.
‘익사’에는 일본문화가 가진 폭력성과 여성차별주의를 비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조코 고기토의 소설 집필을 돕는 ‘우나이코’라는 여성은 17살 때 큰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다. 이 때문에 임신했다는 사실을 야스쿠니 신사에서 깨닫는다. 큰아버지는 일본의 지도자급 인물이다. 오에 겐자부로는 이 모든 상황을 ‘국가의 강간’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이 가져왔던 여성 차별적 이데올로기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성이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천황제하에서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근대 이후에도 이어져 왔고 현재도 일본 여성들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안부 문제와도 연결했다. “위안부라는 존재에는 일본의 여성 차별적 문화가 분명히 들어가 있다. 일본의 천황 절대주의, 남성 중심주의 문화가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해 온 일본 역사의 후진성을 인정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만든 위안부에 대해서 일본 정부나 국민들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충분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자신의 소설가 인생을 세 갈래로 나눴다. 종전 직후 약 5년 정도가 1기다. 전쟁 후를 겪은 소년들의 감정과 삶을 다뤘다. 2기는 청년기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고 그 아이의 성장 과정과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했다. 3기는 그의 나이 40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2기에 지속했던 개인적인 형식에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더했다. ‘익사’는 3기에 해당한다.
그는 “소설가로서 내 인생에서 소설 쓰기는 작년에 끝났다”고 했다. “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은 3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며 “그 안에 내 소설의 주제와 형식을 전부 담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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