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들…무더위가 이어지며 건설, 택배, 배달기사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폭염에 쓰러지고 있다. 노동계는 폭염 시 야외 작업 중지를 비롯해 야외 노동자를 위한 쉼터 마련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전국택배노동조합은 최근 6일간 서울과 부산에서 조합원 4명이 근무 중 폭염으로 실신했다고 1일 밝혔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9시20분 부산 롯데택배 사상터미널 명지대리점에서 상차 작업을 하던 57세 노동자 남모씨가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쓰러졌다. 노조는 이 대리점에 창문이 없어 환기가 불가능하고, 레일에는 선풍기가 한 대도 설치돼있지 않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현장 기온은 39.4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27일과 26일, 23일에도 30도 중반의 높은 온도에서 일하던 택배 노동자들의 탈진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건설 현장에서는 온열질환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고도 발생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인천 검단 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을 하는 타설공으로 일하던 54세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9시30분에도 수서역세권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68세 건설 노동자가 작업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사망한 이들은 평소 건강상태에 이상이 없었다”며 “며칠간 이어진 폭염 속에서 야외공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라 온열질환을 의심하고 있다. 유족의 동의를 얻어 부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건설노조는 정부가 무더위가 심한 날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용광로 작업 등의 고열 작업에서는 중간 휴식 시간이 의무이나 옥외 작업 노동자에게는 명확한 기준 없이 ‘적절한 휴식 제공’을 권고할 뿐”이라며 “있으나 마나 한 권고가 아니라, 건설사들이 강제로 지킬 수 있는 법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야외 노동자들은 땀띠, 두통 등 다양한 질환을 겪고 있었다. 이날 라이더 유니온이 개최한 ‘폭염 속을 달리는 라이더 증언대회’에 참여한 배달기사 A씨는 “오늘도 아침에 입고 온 옷이 두시간 만에 염전화돼 하얗게 돼 버렸다”며 “매일 폭염 속에서 배달하다 보니 땀띠가 사라지지 않아 긁으면서 일한다”고 말했다.무더위 속에서 일하다 건물 출입을 할 때는 마스크나 헬멧 등에 남은 열기로 인해 체온 체크 시 40도를 넘겨 출입이 금지된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배달기사 B씨는 “누군가는 더우면 일을 안하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더워서 콜을 받지 않고 기계에서 로그아웃을 하면, 배달앱 관리자가 전화해 왜 일하지 않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B씨는 “비나 눈이 올 때는 기상악화에 따른 할증으로 배달료를 조금 더 받지만 폭염에는 그런 보상도 없다”며 “그늘진 공원에서 눈치껏 쉴 뿐이다. 날씨가 더울 때는 2~3시간 일하면 이후 몇 분은 배달앱에서 강제적으로 기사들이 콜을 받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휴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폭염과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배달이 늘었지만, 배달기사들이 온열질환을 예방할 방법은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플랫폼 라이더들은 ‘폭염 상황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팔 토시를 한다거나 물을 챙겨야 한다’ 등 간단한 안전보건 교육도 없이 일한다”며 “안전 교육이 없으니, 특히 일 한 지 얼마 안 된 노동자들이 온열질환에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라이더 유니온은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편의점·주유소 등을 활용한 소규모 쉼터 확충과 도심 내에 소형 그늘막 설치 및 라이더 주차공간 확보, 폭염 할증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폭염 사망자 ‘12명’, 3년 來 최다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2명으로 최근 3년래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이번 주말부터 장·차관들이 직접 소관 현장을 찾아 폭염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보완조치를 적극 강구해 달라”며 관련 긴급지시를 내놨지만 이미 예고된 폭염 상황에서 정부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김 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지시를 통해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국무조정실이 전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피해는 특히 취약계층에 집중된 만큼 김 총리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홀몸노인·노숙인·쪽방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안경덕 고용노동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건설근로자·택배종사자 등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고용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추정 사망 건설노동자는 이달 들어서만 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50대 노동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앞선 16일과 19일, 22일에도 노동자가 근무 중 쓰러져 사망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5일 건설사를 대상으로 무더위 시간인 오후에 공사를 중지할 것을 권고한 상태다.김 총리는 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농·어민의 안전과 농작물·가축·양식 수산물 등의 피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강구하라”고 말했다.
▣연일 폭염에 낙동강·대청호 녹조 확산…연이은 폭염으로 인해 낙동강과 금강에 녹조가 확산하고 있다.1일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의 조류예측정보에 따르면 낙동강 및 금강에는 이달 초까지는 1단계 이상의 유해남조류 단계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낙동강 칠서와 물금·매리는 현재 유해남조류 2단계에 속한다.향후 일주일간의 조류 현황을 예측해 제공하는 조류예측정보 상으로 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1000~1만개/㎖ 경우 1단계, 1만~10만개/㎖일 경우 2단계에 각각 해당된다.조류경보제로는 현재 낙동강 물금·매리와 강정·고령, 영천호, 안계호에 ‘관심’ 단계가 내려진 상태다.유해남조류 세포 수가 2회 연속 1000개/㎖를 넘어서면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1만개/㎖ 이상이면 ‘경계’ 단계가 각각 발령된다.금강 대청호의 경우 현재는 평상(1000개/㎖ 이하) 단계지만, 예측대로 이번 주에 1천개/㎖ 이상의 유해남조류 세포가 측정된 후 다음 주까지 유지되면 관심 단계가 발령될 수 있다.강우량이 적을 때 조류가 많이 발생하는 낙동강과 달리 대청호는 비가 많이 내린 후 일정 기간이 지났을 때 조류가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보인다.대청호는 장마가 지난 현시점에서 녹조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대청호의 경우 취정수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지역에서 주로 녹조가 발생했기 때문에 아직 조류경보가 발령되지는 않았다.환경부는 올해 여름이 예년과 비교해 기온이 높은 반면 강수량은 유사할 것으로 예보된 만큼 6월부터 녹조 대책을 시행해왔다.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발생한 조류 양은 지난해보다는 많고 예년과 비교하면 비슷한 편”이라며 “발생 시기는 낙동강의 경우 호소는 예년보다 한두 달 일찍, 하천은 비슷하거나 늦게 발생했고 금강은 예년보다 느리다”고 분석했다.환경부는 아울러 조류의 영향으로 수돗물에서 냄새 등이 발생했을 때 지자체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염 전기요금’ 날아든다…폭염과 열대야로 냉방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가 이번 달 차례로 각 가정에 날아든다. 에어컨 사용량이 늘면서 ‘전기요금 폭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1일 한전에 따르면 7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는 검침일에 따라 차례로 발송된다.가구마다 검침일이 달라 수령일도 다른데, 통상 검침을 한 이후 10일 뒤 고지서를 받게 된다. 예컨대 6월 24~7월 23일 사용한 소비자는 8월 3일에 받는다. 한전은 여름철에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확대 적용하기 때문에 요금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7~8월에는 누진제 1단계 구간이 기존 0~200kWh에서 0~300kWh로, 2단계 구간은 기존 201~400kWh에서 301~450kWh로 확장된다.그러나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 여름에도 누진제가 완화됐지만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가정이 속출했다. 전기사용량이 2단계 구간 상한(450kWh)을 넘긴 경우 전달보다 4~5배 넘는 요금이 청구되기도 했다.한전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18년 여름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7월 2만5620원, 폭염이 절정에 달한 8월에는 4만1513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의 경우 7월 2만2359원, 8월은 2만8031원이었다. 8월만 비교하면 2018년이 1.5배가량 많았다.올해 7월분부터는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가구의 전기요금도 기존 대비 2000원 오른다. 주택용 필수사용공제 할인액이 월 4000원~월 2000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약 625만 가구가 해당하며, 대상 가구에 따라 체감하는 요금 변동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문제는 10월부터 전기요금이 본격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가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하면서 4분기 요금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기때문이다.산업부도 3분기 요금을 동결하면서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상승추세가 지속되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하겠다”고 고지했다. ‘요금 인상 깜빡이’를 킨 것이다.다만 4분기는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시기여서 섣불리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폭염 건강 수칙질병관리청은 전국 내륙에 폭염이 예고됨에 따라 온열질환을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오래 노출됐을 때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5월 20일~7월 17일)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436명이며, 이 중 열사병 추정 사망이 6명이다.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3대 건강수칙 △물 △그늘 △휴식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므로 이를 잘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염 시에는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 작업을 줄이고 외출을 자제하며,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규칙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고,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중요하나, 무더운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은 심박수, 호흡수, 체온 상승 등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실외에서 사람 간 2m 이상 충분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온열질환이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물·얼음 등으로 몸을 닦고,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내리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을 이송해야 하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