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는 자산 시장 호황으로 일시적인 세수 풍년이 있었다고 하나 올해 코로나19로 추경을 포함한 정부 지출이 604조9000억원으로 600조원을 넘긴 상황에서 세수까지 줄어들면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 내년 본 예산 규모도 6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결국 빚을 내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전략기술 개발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감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급격하게 불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세수 확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으려면 지출을 줄이거나 비과세·감면 제도를 적극적으로 정비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한편 고 이건희 회장의 막대한 상속세와 고가미술품 기증과 관련해 주목을 받았던 기재부가 당초 세법 개정안 초안에 포함했던 미술품의 상속세 물납제는 당정 협의 후 최종안에서 빠졌다. 증여·상속세를 현금이 아닌 미술품이나 문화재 등으로 대신 내는 물납제도에 대해 ‘부자를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여당 내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정부가 반도체, 배터리, 백신 등 3대 국가 전략 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에 1조1600억원의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 분야 34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비용 세액 공제가 올 하반기부터 3년 반 동안 확대된다.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의 30~40%, 시설 투자액의 6%를 공제받는다. 연구개발비 공제율은 10%포인트, 시설투자비 공제율은 3%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중소기업은 해당 분야 연구개발비의 최대 50%까지 공제된다. 이로 인해 대기업에 8830억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기업감세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치열해 지고 있는 기술패권전쟁과 경쟁국인 미국 대만 등의 높은 투자세액공제를 고려하면 여전히 이 정도로 글로벌 기술전쟁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국가전략기술 세제 지원과 별도로 내년부터 2024년까지 탄소 중립, 바이오 분야 대기업의 연구개발비도 20% 세액공제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의 소득·법인세 감면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해외 사업장을 양도하거나 폐쇄·축소한 뒤 1년 안에 국내 사업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해야 세제 혜택을 주던 것을 2년 내 완료하면 주는 것으로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 일본 등의 파격적인 리쇼어링 대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미국은 연간 800여 기업, 일본도 연간 600여 기업이 리쇼어링해서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지만 한국은 20여개 내외 기업이 리쇼어링하고 있는 수준이고 그마나 절반은 국내의 늘어나는 규제와 악화되고 있는 노동여건에 후회를 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이 밖에도 높은 실업 속에서도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법인세와 상속세도 손을 대지 않고 ‘이생집망’의 절망과 전월세 난민을 양산시키고 있는 종부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세도 언급도 없다. 내년 대선을 의식해 실효성도 적은 민생 지원만 나열하고 결국 감면 정비는 손도 못 대고 중요한 과제는 고스란히 다음 정부로 넘기고 있다. 결국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는 100조원 내외의 현금살포와 더불어 총 6조 원에 달하는 조세감면과 막대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자영업자 현금지원 등이 대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이번 세제개편안은 성장동력확충 부동산시장정상화 재정안정화 등 국가적인 중요 어젠다는 외면한 채 오직 내년 대선에만 올인하고 있는 최악의 개편안으로 평가받아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끝><출처: 펜앤드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