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LNG저장탱크 공사를 담합한 건설사들은 손해배상금 500여억원을 한국가스공사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제14민사부(부장판사 서범준)는 원고 한국가스공사가 피고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등 13개 건설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건설사 10곳이 공동해 582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사 12건 중 시효 완성으로 소멸된 3건을 제외한 9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금액으로 인용했다.
피고는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양, 동아건설산업, 삼부토건, SK에코플랜트,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DL이앤씨 등 13개 건설사다.
경남기업, 동아건설산업, 삼부토건은 본안전 항변에서 “원고 한국가스공사는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한 후 피고들에 대한 회생절차가 진행됐다”며 “각 회생절차의 채권자목록에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이 기재되지 않음으로써 각 채권이 모두 실권됐다”며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소는 모두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위 각 회생채권자 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함으로써 책임이 면제돼 소 제기의 권능을 상실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경남기업 등 3개 건설사에 대한 소를 각하했다.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를 액화시킨 LNG는 무색·투명하고 공해가 거의 없으며 열량이 높아 주로 도시가스로 이용되는 물질이다. LNG 저장탱크는 저온·고압에서 견딜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공에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해 입찰참가 자격 요건으로 시공실적을 요구한다.
이에 건설사들은 업체 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낙찰 물량을 배분해 안정적으로 수주하는 것에 대하여 서로 합의해 제1공사 입찰을 비롯한 후속 입찰을 누가 수주할 것인지 등을 논의하고 제비뽑기를 통해 낙찰예정사를 결정했다.
합의 따른 공사는 통영, 평택, 삼척 등 생산기지의 확장 공사, 저장탱크 및 부대설비 공사 등 12건이었고 계약 금액은 3조5495억여원에 달했다. 피고 건설사들은 합의에서 정한 대로 각 공사의 낙찰자를 결정했고 낙찰자들은 각각 원고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 최종대금을 지급받고 공사를 마쳤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 6월 20일 구 공정거래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건설사별로 최소 54억여원부터 최대 732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납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입찰방식이 최저가낙찰제인 공사들에 관해 번갈아 낙찰을 받기로 합의한 공동행위는 피고들이 상품 또는 용역의 시장공급 물량을 제한할 것을 합의한 것으로 구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공동불법행위로 인해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2005년 8월3일, 2006년 6월27일, 2006년 8월7일 공사 계약은 소 제기일인 2017년 2월16일로부터 역산해 10년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모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한화건설에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한양, SK건설 등 나머지 건설사는 상고하지 않아 2심에서 선고한 벌금형이 확정됐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가 적용된 2개사를 제외한 11개 건설사를 고발함에 따라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리니언시를 적용해 포스코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 등 2개 건설사는 고발 면제를, 법인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공소권없음 처분하고 이들을 제외한 10개 건설사를 재판에 넘긴 바 있다. 리니언시는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기업에 고발 및 과징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