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4소치동계올림픽(2월7~23일) 개막을 30여 일 앞두고 개최지 러시아에서 잇단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한국선수단의 안전 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문화체육부(장관 유진룡)와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 등 체육 관련 기관들은 비상한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 29일과 30일 러시아 남부도시 볼고그라드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29일 볼고그라드 중앙역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에서는 현지인 16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쳤다. 하루 뒤 트롤리버스(무궤도전차)에서도 폭발물이 터져 30여 명이 희생됐다. 앞선 27일에는 퍄티고르스크에서 테러로 3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 놓이자 토마스 바흐(60)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3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테러에 맞서 강력히 싸우겠다고 천명했다.
바흐 위원장은 "최근 일어난 러시아 폭탄 테러는 죄없는 국민들을 향한 야비한 공격이며 올림픽 무브먼트(운동)를 훼손한 비겁한 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탄한다"고 강한 목소리를 냈다.
테러조직의 자극을 우려해 IOC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긴급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미뤄 봤을 때 IOC도 러시아 현지 안전 문제에 대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와 체육회도 한국선수단의 안전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러시아 현지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필요에 따라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문체부 국제체육과 관계자는 31일 "현지 대사관 측에서 이번 사건을 소치올림픽을 노린 테러범의 연계 가능성을 제기하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문체부, 외교부, 체육회와 관계기관 회의를 주선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예의주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소치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IOC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조직위에서 뚜렷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만이 앞서 독단적인 행동을 취했다가는 오히려 잘못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체부와 체육회는 선수단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해 올림픽 기간에 전세기를 운용하고 선수단 안전교육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발생한 보스턴마라톤 테러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안전 관련 종합대책을 토대로 선수단에게 상황별 행동 요령을 익히도록 할 방침이다.
체육회 국제경기팀 관계자는 "우선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선수단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존에 마련된 안전대책에 상황에 맞는 부분을 수정해 교육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선 대회 조직위 측에 보안 강화를 요청하고 서로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스포츠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동·하계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 기간에는 기본적으로 국정원이 비밀리에 선수단 안전관리를 책임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도 별도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에 6개 종목에 걸쳐 110여 명의 선수단을 파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