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생의 원동력이 되는 당근과 채찍은 무엇입니까?"
2014년 청마(靑馬), 푸른 말의 해를 맞아 말띠 국회의원들에게 물었다. 내친김에 지난해 기억에 남는 `말말말`은 무엇인지, 새해 정치권의 `다크호스`는 누구라고 보는지, 목표지점은 어디인지 물었다.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말띠 국회의원 신년 미니 인터뷰`는 새누리당 송광호·김현숙 의원, 민주당 박지원·도종환 의원을 상대로 서면을 통해 진행됐다. 보통 답신이 오기까지는 하루면 충분하지만, 이번에는 최장 3일이 걸렸다.
◇"당근과 채찍은 국민"
의원은 민의를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이들은 대부분 국민 또는 지역구 주민을 정치인생의 당근과 채찍이라고 답했다. 도종환 의원은 `시`라고 했다. 도 의원은 교과서에도 실리는 유명시 `담쟁이`를 지은이다.
▲송광호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내 상전은 제천시, 단양군의 주민들 뿐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제게 임무를 부여해 주시고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열렬한 지지와 성원을 해주시는 지역주민이 당근이고 채찍이다."
▲박지원 "정치인은 국민의 생각, 국민의 말을 대변하는 직업이다. 제 정치생활의 원동력은 국민이다. 결국 정치는 자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많이 약해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저를 비롯한 민주당 모두의 활동 방향이자 과제다."
▲김현숙 "국회의원이라는 직이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완성되는 자리인 만큼, 국민들이 제게 보내주는 응원이 가장 큰 당근이요, 국민들의 따가운 지적은 채찍이 돼 저를 일깨워 주고 있다."
▲도종환 "제 삶의 원동력은 시다. 시는 제게 당근이요 채찍이다. 시 속에 삶의 진정성, 감동, 연민, 눈물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시를 쓰면 살 수 있다."
◇"올 해 다크호스·경쟁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 또는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올해 정치권의 다크호스이자 경쟁자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을 꼽았다. 그는 안 의원과 민주당이 호남에서 "존립을 건 싸움"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올해 정치권의 다크호스다. 현재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 후보로서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고, 그가 추진하는 신당의 성공 여부, 그리고 향후 정치행보에 따라서 올해 지방선거는 물론 한국정치의 많은 것들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 역시 안 의원,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 신당`이다. 민주당에서 호남이 갖는 상징성이 있기에 이런 승부는 곧 민주당의 존립을 건 싸움이 될 것이다."
▲김현숙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정치인이 다크호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3년 국회를 돌아보면, 성과를 낸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야가 정쟁에 휘말려 민생을 돌보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다시 민생으로 눈을 돌려 호랑이의 눈으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처럼 쉼 없이 달리는, 말 그대로 `호시마주(虎視馬走)`하는 정치인이 곧 다크호스가 될 것이다."
▲도종환 "박근혜 대통령이다. 강고한 지지와 강력한 비판의 정점, 여전한 기대와 여지없는 실망의 정점, 정치의 실종과 복원의 정점에 박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말말말은…"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을 지낸 4선 중진이자 19대 국회 최고령인 송광호 의원은 지난해를 대표하는 `말`로 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주장한 자신의 발언을 선택했다. 도종환 의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호인` 속 대사를 꼽았다.
▲송광호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기업과 총수들의 비도덕적 행위에 대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웬만한 문제점은 덮고 넘어가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과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불공정행위를 엄격히 규제하자는 것은 경제활성화와 관계가 없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박근혜 대통령의 `그렇다면 내가 댓글 몇 개로 당선됐다는 말이냐`는 말이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또 인사 문제 등에 대한 비판으로 회자되면서 유행했던 노래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역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애정도 많이 간다."
▲김현숙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이자 감독인 `요기 베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취업이 힘겨운 대학생들, 삶이 팍팍한 기성세대, 그리고 저에게도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다시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
▲도종환 "영화 `변호인`의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가 한 말,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다.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에도,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친일 옹호에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 배경에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된다."
◇"올해의 목표는…"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여성문화분과 위원를 지낸 김현숙 의원은 `보육`과 `여성` 정책 전문가인 만큼, 해당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지원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를 목표로 내걸었다.
▲송광호 "그동안 제천시와 단양군의 발전에 꼭 필요한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힘을 기울여왔다면 이제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교육과 복지, 문화, 여가 등에서 주민행복지수를 높이는 의정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박지원 "항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 민주당을 지키고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을 지키는 것을 정치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반성해서 국민의 삶에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민의 희망이 되겠다."
▲김현숙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 기준에 대한 재설정`, `어린이집 평가인증 제도 개선` 등 보육의 품질 제고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챙겨나갈 것이다. 또한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좀 더 많은 여성들에게 정치참여의 기회가 확대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겠다."
▲도종환 "(경쟁자는) 나 자신이다. 내가 정치판에서 가장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잘 안다. 작년보다 나은 나, 올해보다 실력 있는 내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