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골프 여제`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새로운 도전은 2014년에도 계속 된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올해의 선수상·2년 연속 상금왕을 거머쥔 박인비는 올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새 목표로 잡고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2월20~23일)를 2014년 첫 출전 대회로 선택한 박인비는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11월21~24일)까지 긴 장도에 오른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다.
박인비는 지난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4월)을 시작으로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6월)·US여자오픈(6월)까지 3연속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최초의 `골프 그랜드슬래머`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8월)과 에비앙챔피언십(9월)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사냥에 실패해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한국인 최다승 기록(6승) 경신, 한국인 최초 올해의 선수상, 2년 연속 상금왕 타이틀 등 많은 것을 얻었다.
2001·2002년 박세리(37·KDB금융그룹)가 종전 보유했던 한 시즌 최다승(5승)을 뛰어넘었다. 올해의 선수포인트 303점을 얻은 그는 258점에 그친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을 따돌렸다. 누적 상금 245만6619 달러(약 26억7000만원)로 2년 연속 상금왕 타이틀도 지켰다. 세계랭킹 1위 자리도 38주 연속 그의 몫이었다.
이처럼 최고의 2013년을 보냈던 박인비였지만 그랜드슬램에 대한 미련은 남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을 마친 뒤 미국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남았다. 점차 발전하고 있어 내년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63년 역사의 LPGA 투어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미키 라이트(미국)를 비롯해 6차례 나올 정도로 힘든 과업이다. 호주의 캐리 웹(2001년 달성),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2003년) 등 6명의 전설만이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에 이름을 올렸다.
US여자오픈·나비스코 챔피언십·LPGA챔피언십·브리티시여자오픈 등 기존 4개와 지난해 새로 메이저로 승격된 에비앙챔피언십까지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브리티시여자오픈 혹은 에비앙챔피언십 가운데 한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약관의 나이인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메이저 첫 우승을 달성한 박인비는 지난해 나비스코 챔피언십·LPGA챔피언십·US여자오픈 등 총 3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4차례 우승을 거뒀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은 모두 박인비와 인연이 깊다. 2012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 문턱까지 밟았던 박인비는 동료 신지애(25·미래에셋)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에비앙챔피언십의 전신인 2012년 에비앙마스터스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심리적인 부담감 극복이 목표로 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까지의 최대 걸림돌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3연속 메이저 우승을 이룬 뒤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추락했다. 갑자기 자신을 향해 쏟아진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부담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랜드슬램 달성 여부를 놓고 매스콤의 집중 조명을 받은 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공동 42위에 그쳤고,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공동 67위에 머물렀다.
세계랭킹 2위 페테르센과 부진에서 회복 중인 청야니(25·대만)의 견제도 신경써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페테르센은 지난해 막판에 하나·외환 LPGA 챔피언십과 선라이즈 LPGA 대만챔피언십에서 2주 연속 우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위협했다. 유독 한국인 우승을 자주 가로막았던 페테르센과의 악연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8월 세이프웨이 클래식(공동 9위)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쏜 청야니는 10월 레인우드 클래식에서 단독 6위에 오르는 등 2011년 전성기 때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전략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2012년 가을 에비앙마스터스 우승 이후 2013년 중반기까지 줄기차게 달려온 박인비는 후반기 들어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US여자오픈 이후 10개 대회에서 톱10 진입은 두 차례에 그쳤다.
후반기에 몰려 있는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에비앙챔피언십을 고려할 때 힘을 들일 때와 뺄 때를 적절히 분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