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이 이달 말부터 사업비 26억원을 들여 추진키로 한 `산격로·체육관로 보행환경개선사업`이 자칫 반쪽짜리 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현재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이 일대 도로 양쪽에 폭 3m의 인도를 놓기로 했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일부 구간의 인도 폭을 2m로 줄이고 턱 높이마저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인도 턱을 낮출 경우 차량 불법 주·정차가 가능해지는데다 폭 마저 좁힐 경우 보행에 지장을 받게 돼 당초 사업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구 북구청은 오는 20일부터 산격동 대구실내체육관 인근 산격로와 체육관로 일대 1.4km 구간을 정비하는 `산격로·체육관로 보행환경조성사업`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산격로와 체육관로, 인근 대학로 일대는 인도와 차도가 구분돼 있지 않아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아 왔다.
실제 이 구간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총 10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절반가량인 55건이 보행자 사고였다. 더군다나 보행자 사고 중 3건은 사망 사고였다.
이에 북구청은 지난 2011년 산격로와 체육관로, 대학로 일대 보행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이 사업이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109억원(국비 28억원·시비 54억5000만원·구비 26억5000만원)을 들여 해당 구간에 인도와 보행자 전용도로, 공영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북구청은 1단계로 사업비 26억원을 들여 산격로와 체육관로 일대에 인도와 방범용 CCTV, 보안등 등을 설치하는 `산격로·체육관로 보행환경개선사업`에 착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북구청은 이 일대 도로 양쪽에 폭 3m, 높이 15cm의 인도를 놓기로 했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일부 구간의 폭을 2m로 줄이고 턱 높이도 10cm로 낮추기로 했다.
이 일대 상인들이 인도를 설치할 경우 차들이 주·정차를 하지 못해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구청 측에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변경된 계획대로 인도 턱 높이를 낮춰 공사를 하게 되면 인도와 차도에 차량을 반반씩 걸쳐 주차하는 일명 `개구리 주차`가 가능해지게 된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구간의 인도 폭마저 2m로 좁힐 경우 보행자들이 불법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비좁게 다녀야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실제로 앞서 비슷한 환경에서 보행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한 남구 봉삼중앙길의 경우 평소에도 차들이 인도를 점령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북구 산격동의 주민 강모(41)씨는 "변경된 계획대로 공사를 하게 되면 딱히 지금보다 보행환경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원래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 북구청 장원수 교통과장은 "주변 상인들이 화물 상·하차 공간만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해 일부 구간의 인도 폭을 좁히고 턱 높이를 낮추기로 한 것"이라며 "향후 노상주차장을 조성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실시해 보행자들의 안전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