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전국 시·도의사회 회장과 임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제도 바로세우기를 위한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오는 3월3일부터 총파업(집단휴진)에 돌입키로 한다는 결의를 했다. 의사협회가 요구하는 원격의료제 및 영리병원 허용 정책의 철회,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적 개혁 등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가겠다는 투쟁 의지를 다졌다. 아직 대화의 여지는 있고 전체 의사들의 뜻을 묻는 투표 절차도 남아 있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만약 실행에 옮겨진다면 2000년 2월 의료계 파업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14년 만의 파업 위기라고 하지만, 그에 합당한 명분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대체 의사들이 왜 파업을 하려는 건지 이유조차 잘 모르고 있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와 병원 영리화, 건보 제도 문제를 들었지만,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대목은 어디에도 없다. 병원이 자회사를 설립, 영리를 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각계에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병원의 수익 증대를 가져다줄 정책에 의사들이 왜 파업까지 하면서 반대한다는 건지 납득이 안 간다. 원격의료 또한 진료 접근성 제고와 오진 위험이라는 장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정책이다. 원격의료가 동네의원 경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개원의사들의 걱정을 현실성 있게 받아들이더라도, 병원 소속 의사들은 이와 적지 않은 시각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어느 쪽이든 전문가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해야 할 것이지 머리띠 두르고 거리로 나설 사안은 아니다. 결국 건보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라는 포괄적 용어 속에 의사들의 공통된 이해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게한다. 건보 수가(酬價)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돌여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만약 의사협회의 진의(眞意)가 수가 인상에 있다면 현재의 수가체계가 얼마나 현실과 떨어져 있으며 그래서 어떤 왜곡현상이 일어난다는 건지 당당하게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그때 가서 별도로 토론할 일이다. 그런데 본심은 감춘 채 애매모호한 명분을 내세워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 하겠다. 14년 전 거의 모든 병원이 문을 닫았을 때 온 나라는 열병을 앓았다. 머리에 열이 나는 아기를 안은 엄마, 갑작스러운 사고로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드물게 문 연 병원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용도는 크게 실추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사 파업은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의사라고 해서 자기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환자 진료라는 본분을 저버리는 극단적 행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의사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며 국민의 건강권은 의사의 직업권보다 우선한다. 의사들의 모든 정책 요구는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마땅하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