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엔자(AI)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의 닭·오리 사육지역 중 한곳인 전남 나주지역에 AI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나주지역은 현재 사조화인코리아와 나주축협 등 닭·오리 육가공 계열회사로부터 병아리를 입식해 키우고 있는 215농가에서 544여 만수의 닭·오리를 사육 중에 있다. 19일 오리 사육 농가가 밀집해 있는 나주시 세지면의 한 종오리 사육농장은 외부인의 접근을 철저히 거부한 채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이 농장에는 고가의 종오리 1만수가 사육 중에 있으며 매일 생산된 알은 인근 부화장으로 전량 공급되고 있다. 농장주 김모(46)씨는 "지난 2011년 AI 양성판정을 받아 오리 5만6000마리에 대한 선제적 살처분이 내려졌던 농장 중 한 곳이다"며 "방역상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외부인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김씨는 "오리사육 농가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키울수록 손해만 보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AI까지 덮친다면 농가들은 모두 길거리에 나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3년 전 AI직격탄을 맞은 이곳 농장을 중심으로 재기에 나선 오리 사육 농가들은 사육장 출입문과 방문객을 철저히 차단한 채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넓은 들판에 옹기종기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오리사육장 40여 동이 밀집해 있는 이곳 사육단지 한곳에는 지난 2011년 살처분된 오리 1만5000여수가 집단으로 매립된 AI 매몰지가 눈에 띄었다. 또 다른 농장주 박모(53)씨는 "저곳만 보고 있으면 3년전 악몽이 떠오른다"며 "올해는 제발 AI로부터 무사히 넘어가길 간절히 빌고 있다"고 말했다. 종오리 사육장에서는 연신 꽥꽥거리는 힘찬 오리울음 소리가 들리는 반면 인근 일반 사육장은 하우스안이 텅 빈 채 오리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농장주들에 따르면 "각 오리계열 회사로부터 오리 1만수를 위탁받아 45일간 사육할 경우 수수료로 평균 1000만원이 지급되는데 겨울철에는 난방용 기름값만 700만원이 지출되고 깔짚값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어 혹한기에는 오리입식을 꺼려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날씨가 풀리는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텅빈 사육장에 오리를 입식해야 하는 이곳 농민들은 `AI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 농장주 박씨는 "대학에 입학한 아들 등록금도 마련해야 하고 농협에 대출금 이자도 상환해야 하는데 AI가 확산되면 오리사육을 사실상 포기해야 돼 최악의 상황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걱정했다. 한편 AI가 전북에서 확산 중인 가운데 나주시도 휴일을 잊은 채 방역활동에 나서는 등 AI유입 차단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나주시는 지난 17일 금천면 49번 지방도와 남평 지석교, 문평IC, 나주IC 등 주요 진출입로 4개소에 방역초소를 긴급설치하고 차량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또 축산관련차량은 반드시 거점 소독조를 거쳐 `소독 필증`을 발급받아야만 운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영산강살리기사업 이후 강폭이 커지고 수량이 깊어진 후 철새 도래지가 늘어가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영산강 일대와 백룡제 등 주요 철새도래지에 대한 방역도 강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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