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되면 끝장이라는 생각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19일 오전 전남 장성군 삼계면 생촌리 한 도로.
국내 최초로 AI(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 고창과 인접한 이곳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AI 유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이동통제초소에서는 군과 삼계면 공무원들이 고창에서 장성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살피는데 온 신경을 곤두 세웠다.
이들은 가금류 축산 농가에 출입한 것으로 보이는 모든 차량에 대한 방역 임무를 맡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됐지만 1시간 넘도록 방역 대상 차량은 한 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방역 대상이 아닌 일반 차량만 수십여 대 지날 뿐이었다.
이동통제초소가 설치된 장성 북일면 문암리와 북이면 죽청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12시까지 장성에서 가금류 관련 이동 차량에 대한 방역 조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장성과 마찬가지로 고창과 인접한 영광군도 24시간 비상방역체계에 돌입해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했지만 일부 축산 차량에 대한 방역만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이날 오전 0시부터 다음날 20일 자정까지 전남지역 내 가금류 가축과 관련 업종 종사자, 출입 차량에 대해 내린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성군 한 관계자는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구제역과 달리 AI는 배설물 등 실질적인 접촉이 있어야 전염된다"며 "업계 종사자와 차량 출입이 통제된 상황에서 도로 등을 통해서 AI가 확산되거나 유입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AI가 철새나 야생 조류의 이동과 긴밀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철새도래지로 AI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전북 고창 인근 저수지에서는 철새 떼가 집단 폐사했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순천만과 주암댐, 영산강 우습제, 고천암, 영암호, 함평 대동저수지, 고흥만, 해창만, 득량만, 강진만 등 철새도래지 10곳에 광역방제기 등을 투입해 정밀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설을 앞두고 판로가 막힌 오리 농가 등은 AI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희망했다.
장성군 삼서면에서 오리(산란계) 10만 수를 기르고 있는 심모(49)씨는 "오는 20일 계란 2500판(7만5000여 개)을 판매키로 했는데 AI 때문에 막혔다"며 "설은 다가오는데 막막하다.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차량 이동이 전면 통제되면서 당장 오는 20일 오리 등에 먹일 사료가 부족한 농가도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오리 농가 주인은 "월요일의 경우 보통 사료를 최대 30t 정도 사용한다"며 "차량 이동 통제로 당장 오리를 굶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성군 관계자는 "유입되면 끝장이라는 자세로 전 직원들이 비상 근무하고 있다"며 "AI 차단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22개 시군에 이동통제초소 64개소와 거점소독장소 58곳을 설치하고 초소당 4명 씩의 인력을 투입해 24시간 비상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또 가금류를 사육 중인 1만 농가 중 닭 사육농가 589곳과 오리 사육농가 463곳을 집중 방역대상으로 정하고 매일 1회 이상 예찰과 소독을 실시 중이다.
도는 AI 바이러스가 유입되거나 검출될 경우 곧바로 방역대책상황실을 방역대책본부로 격상시키고 축산농가와 차량에 대해 48시간 이동제한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또 발생 시군에 반경 10㎞의 방역대를 설정하고 발생 농가로부터 반경 500m 이내에 서식 또는 사육 중인 가금류는 모두 살처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