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지난 달 미얀마를 방문하며 느낀 바가 많았다. 미얀마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잘 살았고, 동남아에서도 앞서 가던 나라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유엔은 미얀마를 세계최빈국으로 지정했다. 다행히 오랫동안 꿈쩍하지 않던 사회주의 국가 미얀마가 최근 개혁개방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등 많은 공산 사회주의 국가들이 걸었던 길을 이제 뒤늦게 들어섰다. 국가발전에서 자본주의가 공산 또는 사회주의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면 국가의 발전이 무조건 보장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도 아직 많은 후진국들이 있고, 그동안 번영했던 유럽 선진국들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본다. 국가발전의 원인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체제를 ‘시장’ 중심으로 구분해 보자. 국가발전에 가장 영향이 큰 정치시장과 경제시장을 살펴보면, 정치시장은 지도자를 자유선거에 의해 선택하는 민주주의와 그렇지 못한 통제체제로 구분할 수 있고, 경제시장은 개인소유와 개인의 선택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와 그렇지 못한 공산주의체제 또는 사회주의체제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굴곡은 있지만, 큰 방향에서 정치시장 및 경제시장 모두 ‘시장의 자유성’이 확대돼 왔다. 인간의 본성이 자유와 자기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겠다고 공산주의가 나선 이후 세계는 크게 양분됐다. 공산주의는 인간의 자유와 시장주의가 불평등을 초래했다고 보았기 때문에, 경제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소유를 제한하는 통제체제를 채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위해 정치시장에서도 강력한 통제체제를 확립했다. 이렇게 형성된 공산사회주의 진영이 자유진영과 대립해 왔는데, 자유진영은 대부분 정치시장에서는 민주주의를, 경제시장에서는 자본주의를 채택했다. 이 대결은 소련이 70여년 만에 해체됨으로써 공산사회주의가 실패한 체제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됐다. 이는 경제적 통제가 인간의 본성에 어긋났기 때문에 경제발전에서 뒤졌고, 결국에는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은 결과이다. 중국의 경우에도 현재 G2국가로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제시장의 개혁개방 전에는 30년 가까이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산사회주의 진영은 정치통제는 계속하면서도 경제체제만은 시장주의를 강화해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정치시장에 있어서도 통제체제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입증됐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에 나치즘 및 파시즘과 같은 정치시장의 통제체제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로마와 몽골이 대제국으로 발전한 주요 원인은 개방과 자율이었다. 개방과 자율은 인적 시장과 물적 시장을 활성화시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역사적으로 한 왕조가 쇠퇴할 때는 대부분 폐쇄와 지배층의 독선이 원인이었다. 시장시스템의 자유성이 보장되지 않고는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민주진영의 정치시장에서는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정치인들이 정치시장의 선택기능인 선거에서의 승리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목소리 큰 유권자들에게만 귀를 기울이고, 집단이기주의에 너무 무기력해지고 있다. 국가의 미래보다 자신의 당선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정치인들은 정책경쟁이라는 포장을 하여 국가예산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 정당은 국가재정의 능력에 넘치는 복지제도와 지역사업을 선거공약으로 제안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일부 이해관계자의 포퓰리즘적인 요구에 따라 자유로운 시장기능을 제한하는 규제를 양산한다. 심지어 무한경쟁의 폐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능력’을 제한하는 제도들까지 만들어낸다. 시장은 규제로 숨통이 조이고, 시장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자본주의의 원천인 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체계도 점차 손상되어 간다. 사회주의 국가는 정치통제를 동원해서까지 점차 경제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데, 오히려 자유진영의 국가는 경제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는 시장에서 자유를 먹고 성장한다. 그 자유는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장이 자유로워야 인간의 본성대로 근로의욕과 창의성이 커져 국가가 발전하게 된다. 최근 자유진영의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어려움은 활력이 떨어지는 시장주의가 회복돼야 극복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똑같다. 2014년은 지방선거의 해이다. 부디 더 이상 정치적 포퓰리즘이 소용돌이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이미 국가재정과 시장원리에 너무 많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이런 어리석음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주의가 확립되기를 진실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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