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를 3년간 이끌 차기 회장으로 권오준 포스코 사장(기술부문장)이 내정됐다고 한다. 현 정준양 회장의 퇴진을 둘러싸고 시끄러웠던 것에 비해 차기 회장 선임은 별다른 잡음 없이 신속하게 이뤄져 퍽 다행스럽다 하겠다. 2000년 민영화 이후 내부 경경을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인사가 최고경영자를 맡는 안정적인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권력 교체기때 마다 정치권의 외압설과 줄대기, 낙하산 인사시비가 반복됐음을 돌아볼 때 이영선 이사회 의장 등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추천위가 엄정한 면접 끝에 만장일치로 결정한 과정도 돋보인다 하겠다. 이로서 과거 어느 경영진 교체 때보다 경영에 전념할 안정적인 여건이 마련됐다.
권 차기 회장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포스코를 재도약시키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점도 믿음직 스럽다. 그는 포스코 안팎에서 최고의 철강 기술자·전문가로 꼽혀온 인물이다. 포스코의 독보적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탄생시킨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추종불허의 경력인답게 “앞으로 포스코가 30년을 먹고 살 것은 기술밖에 없다”는 얘기를 줄곧해왔다고 전해진다. 기술 기반이 굳건한 회사가 돼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포스코가 직면한 현 상황을 돌아볼 때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포스코는 지난 5년 간 사실상 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 철강 공급 과잉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주 원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의 돌파구로 선택한 사업 다각화 전략은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는 펑가다. 영업이익은 7조 원대에서 3조 원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은 17%대에서 5%대로 급락하기도 했다는 분석이다. 이웃의 큰 나라 중국 업체들은 이제 턱 밑까지 추격해오고 있다. 이런 어려운 시점에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권 차기 회장의 슬로건은 힘이 실려있고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새로운 ‘권오준 포스코’에 맡겨진 과제는 독보적 기술력을 키워 세계 철강업계를 선도(先導)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9년 숙원사업인 인도제철소 건설도 최근의 한·인도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는 점은 시사하는바 크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비주력 사업의 과감한 정리도 시급한 문제다. 포스코에 대한 정치권의 경영권 흔들기 극복 방안도 차제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