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지방의회 의원들이 새해 시작과 함께 앞다퉈 해외 연수에 나서고 있다.
출국에 임하는 의원들은 ‘의정활동 참고자료 수집’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대부분의 일정이 관광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행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혹시 떨어질지 모르니 관광이라도 다녀오자’는 식의 외유성 해외연수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의 의원 7명은 의회사무과 직원 3명과 함께 18일부터 4박6일간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길에 올랐다.
중구의회의 ‘의원 국외연수 계획’에 따르면 ‘지역관광과 봉사 사업에 대한 관련 자료 수집 및 다문화가정 등을 이해하는 기회’를 연수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정의 대부분은 관광지와 역사문화 유적지 탐방으로 짜여져 있다. 실제로는 현지 도착과 동시, 관광이 시작된다. 첫째날 베트남 통일의 영웅 호찌민 묘가 있는 바딘광장 관광에 이어 천년고찰로 불리는 일주사를 관람하는 코스로 짜여져 있다.
둘째날은 전체일정이 관광이다. 오전부터 유람선을 타고 이름난 관광지 하롱베이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띠톱섬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행의 피로를 푼다.
캄보디아로 옮겨간 뒤인 넷째날에도 하루 전체일정이 앙코르와트 유적 관람으로 짜여져 있다. 중구청은 1천758만원을 경비로 지원한다.
중구의회의 한 의원은 “일정 대부분이 관광 일색이라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이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못 가봤다고 주장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할 정도다.
대구 서구의회 의원 9명도 지난 13일부터 4박5일간 대만과 홍콩을 돌아봤다. 일정도 야시장·박물관 방문과 같은 관광으로 채워져 있다. 의회사무국 직원 5명이 동행했으며, 경비 2천800여만원은 전부 서구청이 부담했다.
대구시의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제교통위원회 소속 시의원 3명은 지난 12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둘러보고 왔다. 이들 역시 중구의회와 마찬가지로 하롱베이만과 야시장 등을 관람했다. 이 밖에 건설환경위원회와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시의원 5명도 15일 해외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달성군의회의 경우 올해 해외연수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의회 내부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의회 사무과 관계자는 “해외연수의 경우 매년 갈 수 있지만 의원들이 의정활동에 꼭 필요한 경우만 가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새해 벽두부터 지방의회 의원들의 단체 해외 연수에 모두가 곱지 않은 눌길을 보내고 있다.
6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책정된 해외 여비를 당겨 쓰기 위해서라는 비난은 면키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