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논란을 보는 마음은 어이없고 참담하다. 역사교과서는 모두 8개, 교학사 교과서만 우 편향으로 알려져 있고 지학사 교과서가 좌파에서 약간 중도 쪽으로 와 있을 뿐 나머지 6개 교과서는 대한민국 성취를 부정하고 건국의 문제점을 들추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겠다고 도입한 검정교과서제도의 결과가 이렇다.교학사 교과서를 교재로 삼으려 했던 학교는 전국 1794학교 중 20여 개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성향의 사회단체들이 이들 학교를 상대로 협박과 악의적인 괴담, 유언비어 유포 등 온갖 방법을 동원, 채택을 못하게 압박했다. 광우병 파동이나 철도노조파업 등에서 보던 방법이 아닌가. 교육부는 교재채택을 철회하는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그런 조사를 하고 발표만 하면 뭣 하는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사실상 없다. 이제 모든 학생들은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인식도 편향될 수밖에 없다. 역사교육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역사에는 공과(功過)가 없을 수 없지만 대한민국은 절대빈곤에서 탈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자랑스러운 나라다. 우리의 역사를 미화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학교교육기간은 지적훈련기간이다. 학생들을 편향된 시각의 외눈박이로 키워서는 안 되는 것이다.런던대학과 오사카대학 명예교수인 일본출신 모리시마 미치오는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1999년)라는 책에서 2050년 일본은 몰락한다고 했다. 일본 몰락의 원인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교육과 정신의 황폐화에서 오는 정치의 무능과 빈곤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육성과가 가장 오르는 10대 후반의 젊은 학생들에게 깊은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교육을 한다. 훌륭한 관료와 기업가와 문화인을 키워내더라도 훌륭한 정치인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일본은 장래가 없다. 정치인의 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1999년의 현실을 전제로 해서 이때 교육받은 학생들이 50년 후 인생의 절정기에 어떤 지도자가 될 것인가를 추론하면서 2050년에 몰락한다는 것이다. 이건 한국을 분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역사는 어떤 시각으로 누가, 언제 기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역사해석을 다양하게 허용하려고 검정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전교조와 일부 세력은 자기들이 보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건 다양성이고 자기들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은 다양성 훼손이고 악이라며 교과서 채택을 방해한다. 그들은 교육을 잘 하자는 게 아니라 진영논리에 빠져 그들이 가진 편향된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려는 억지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가 교과서를 마음대로 선정하지 못하고 전교조나 시민단체의 눈치나 살펴야 하는 세상인데 다양성 보장은 이미 물 건너갔다.근·현대사는 집필자의 이념과 시각에 따라 역사 서술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근·현대사 비중을 50~80%로 지나치게 크게 배정하도록 지침을 내린 건 교육부다. 더욱이 퇴임한 지 1년, 6년도 안 된 대통령 정권에 대해 교과서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역사기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이나 다름없다. 교과서가 신문의 칼럼이나 다를 바 없지 않은가.이런 문제가 생길지 몰랐다면 교육부는 무지한 것이고 알고도 대비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 모든 역사교과서에 오류가 많은 것도 논란을 키운 원인이다. 졸속 또는 편향된 시각으로 집필한 교과서는 부실공사와 다를 바 없다. 교육부는 그런 교과서를 만들게 한 책임, 검증을 부실하게 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부족한 교과서 전문가, 짧은 검정 심사기간, 집필과 검정 기준 선정 등등에서 나타난 교육부의 무능과 무지를 들추려면 끝이 없다. 오죽하면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교육부를 없애야한다는 말이 나올까.문제가 불거지자 `국정교과서 환원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갈등은 정치권에서 비롯된 것인데 역시 정치권이 이 논란에도 빠지지 않았다. 국정으로 환원하든 검정제도를 유지하든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교과서를 만드는 일이다. 교육현장이 이념 대립의 현장이 돼있고 대들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온전한 대한민국을 지키고 이끌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가능한가.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와 정치권이 모두 명심해야한다. 어떤 교과서를 만들어 교육을 할 것인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