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일부 유가족들의 대리운전 기사 집단 폭행 사건이 연일 시끄럽다. 유가족 대표자들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탓에 흔한 폭행시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각설하고서라도 일부 유가족들과 국회의원이 폭행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당수 국민들로부터 관심과 지탄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이자 목격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의원의 속보이는 듯한 행태가 이 같은 지탄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의원은 지난 23일 경찰조사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며 코미디 같은 진술을 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도 `폭행 장면을 못 봤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아예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사건의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차라리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은 만도 못한 셈이 됐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회피성 답변은 정치인들이 내 뱉는 단골 메뉴다. 작정한 듯 내 뱉는 `뻔한 소리`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을 김현 의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그런데도 기자들에게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기 위해서 조금 일찍 왔다"고 말한 그의 뻔뻔함은 우리 정치의 추한 몰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하다. 여기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무능과 부실 또한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국민들의 상식적인 의심조차 해소하지 못했다. 또 `봐주기 수사` 혹은 `편파 수사` 의혹이 끊이지 않으면서 불신만 자초했다. 폭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경찰은 당사자들을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조사한 뒤 당사자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거나 가해 정도가 심할 경우 경찰서로 옮겨 추가 조사를 받는다. 당연한 수사 매뉴얼이다.경찰은 그러나 사건 당일 폭행을 당한 대리기사와 행인들을 밤새 조사했지만, 가해자격인 김 의원과 유가족들은 순순히 귀가시켜 버렸다. 비슷한 유형의 폭행 사건 조사 과정에 비춰보더라도 매우 이례적인 조처이자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경찰은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김 의원에 대한 조사를 망설이다 `특혜`를 질타하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사건 발생 나흘 만에 요란을 떨며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김 의원이 경찰을 감시해야 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었던 탓일까. 수사의 기본 원칙보다는 오직 `윗분`의 심기만 살폈다는 인상이 짙을 수밖에 없다. 가장 석연찮은 대목이다.각종 의혹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억울하다`고 핏대를 세우는 경찰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김현 의원과 경찰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할 뿐이다.`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즉 권력에 따라 원칙이 달라지는 경찰의 행동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할 경찰이 본분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경찰 수사에는 `이념`이나 `정치`가 끼어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오로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경찰이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윗분`이 아니라 `국민`이다. 김현 의원에게도 국민은 도대체 누구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