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투신해 숨진 대구 고교생이 카카오톡으로 친구에게 자살을 예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A(16)군은 지난달 25일 카카오톡과 게임 앱을 지우고 4층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1일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원해 A군이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에게 ‘판타지 소설을 마무리하면 죽겠다’는 글을 보낸 사실을 찾았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인터넷 게임과 판타지 소설 마니아였다. 게임 속 등장인물이 돼 스토리를 따라 진행하는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을 즐겼다. 집에서는 물론 PC방에서도 밤늦게까지 게임을 한 기록이 조사에서 나왔다. 밤 10시 쯤에도 집과 PC방에서 롤 게임에 접속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A군은 판타지 소설을 직접 쓸 정도로 심취해 있었다. 반 친구 26명과 담임은 경찰 조사에서 ‘게임과 글쓰기를 아주 좋아하는 친구’라고 했다. A군이 죽음을 암시한 사실은 또 있다. 카카오톡에서 ‘requiescat in pace’라는 글로 자기소개를 대신했다. ‘돌아가신 이에 명복이 있을지어다’ ‘편안히 잠드소서’라는 뜻이다. 가톨릭 신자들이 묘비에 주로 새겨넣는 글이다. 정현욱 중부서 수사과장은 “학교폭력 등 외적인 이유로 투신한 것이 아니고, 카카오톡 메시지 복원 결과 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