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유골(鷄卵有骨)`이란 말이 있다. 문자대로면 `달걀에도 뼈가 있다`는 뜻이지만, 골(骨)자는 음차로 곯았다는 뜻이다. 세종 때 청렴하기로 이름난 재상 황희는 집이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었다.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이 "오늘 하루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물건을 모두 황희 대감께 드리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마침 그 날 하루 종일 큰 비가 내려 통행하는 물품이 아무것도 없었다. 저녁 때 겨우 계란 한 꾸러미가 들어왔지만 그나마 모두 곯아서 먹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세종은 "하늘도 그의 청렴을 돕는구나." 탄식했다. `계란유골(鷄卵有骨)`의 고사다.변영태(卞榮泰)씨가 49년 대통령특사로 필리핀으로 떠날 때 외무부 관리들이 “필리핀은 더운 나라이므로 동복과 하복을 갖고 가시라”고 권했지만 수하물 운송료가 더 든다며 매섭도록 추운 겨울이었는데도 하복을 입은 채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를 수행했던 김용식 보좌관(전 외무장관)은 “세탁비를 아껴야 한다며 호텔에서 직접 옷을 빨아 입었고, 호텔의 식사값이 비싸다며 중국집을 찾았다가 그 주인이 우리 일행을 알아보고 ‘일국의 특사가 왜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느냐’고 묻는 바람에 나라의 체통을 생각해서 비싼 요리를 시켜 먹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귀국한 뒤 여비 사용명세서와 함께 남은 공금 10달러를 이승만 대통령에게 반납한 일화가 유명하다. 국회의원이 되면 법으로 보장받는 특권만 270가지라고 한다. 의원 한 사람이 공식 지원받는 예산이 한 해 6억 원이다. 국민들은 취업 걱정에 가슴 졸이지만 국회의원 아들 딸 처남을 취직은 0순위로 보장된다. 게다가 올 들어 5개월간 진창 놀면서도 꼬박꼬박 세비를 받아 갔다. 그러고도 세비를 올린다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직업이 또 어디 있을까! 이러니 국회의원들 스스로 “선거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더라.”고 한다. 인터넷에 들어갔더니 국회의원 하는 재미가 줄줄이 올라 와 있다. 마음 놓고 늦잠 자기, 국회 회의 빼먹기, 회의 중 자리뜨기, 평일 골프 · 등산하기, 내 돈 한 푼 안들이고 일등석 타고 외국 여행가기… . 그것도 모자라 단 하루를 금배지를 달아도 65세가 넘는 날부터 죽을 때까지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폭염 속에 자전거를 타고 홀로 선거에 나서서 당선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한 마디 했다. "우리 국회가 무슨 낯으로 세비 인상안에 스스로 동의한단 말이냐"면서 "이것은 염치의 문제이고 양심의 문제"라고 성토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 내년 국회의원 세비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은 3.8% 만큼 올린다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말인즉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은 3.8% 만큼 올린다는 것인데 공무원이 국회의원들처럼 농땡이치고 월급 받아 가는 걸 본 적이 있던가. 과로로 숨진 국회의원은 없어도 우리나라 공무원 1만 명 중 5명은 과로사 했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다른 질병이 아닌 과로로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이정현 의원은 말한다. "낯 뜨거워 찬성도 동의도 할 수 없다. 이런 사안이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도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다" "19대 국회 들어 작년과 금년에 국민에게 보여주었던 국회의 민낯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인상거부가 맞다"고. 그는 그래도 추석 보너스로 받은 387만8400원도 반납한 정치권의 유일한 청렴 강골이다. 새누리당 초·재선 혁신모임 ‘아침소리’의 12명 회원들도 세비인상안에 대해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국회가 국민적 신뢰를 한층 더 훼손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반대했다지만 그 정도로는 모자란다. ‘혁신모임’이란 이름값을 하려면 5개월분 세비 반납운동을 벌여야 한다. 차욱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