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 좋기로 유명한 `승부사` 배상문(28·캘러웨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한국 선수 다승자 계보를 이었다. 배상문은 최경주(44·SK텔레콤)·양용은(42·KB금융그룹)에 이어 순수 한국인 세 번째로 통산 PGA 투어 다승자에 등극하며 `코리언 브라더스`를 이끌어 갈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배상문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의 실버라도 컨트리클럽(파72·7203야드)에서 열린 프라이스닷컴오픈 4라운드 마지막 날 1타를 잃고도 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5월 HP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주춤했던 그는 1년 5개월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맛봤다. 한국 선수로 배상문에 앞서 PGA투어에서 2승 이상을 쌓은 선수는 최경주와 양용은 뿐이다. 배상문은 한국 남자 골프의 `원투 펀치`의 뒤를 이어 PGA투어를 이끌고 갈 든든한 재원으로 떠올랐다.2000년 PGA투어에 뛰어든 최경주는 2년 만인 2002년 컴팩클래식과 탬파베이클래식에서 거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2005년과 2006년 각각 1승씩을 보탠 최경주는 2007년 메모리얼토너먼트와 AT&T내셔널에서 연속 정상을 만끽했다. 2008년과 2011년 한 차례씩 우승을 보탠 최경주는 통산 8승을 쌓았다.양용은은 2009년 혼다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신고한 뒤, 그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을 석권해 최경주의 바통을 이어받았다.하지만 한국 남자 골프는 양용은의 뒤를 이을 뚜렷한 선수 없이 반짝 스타들로만 매해를 근근히 버텨왔다. 2010년에는 한국 선수의 우승이 없던 가운데 그나마 앤서니 김(29·한국명 김하진)이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등 재미동포 우승에 의존해야 했다.2011년에는 부활에 성공한 최경주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켰고, 2012년에는 혜성같이 나타난 재미동포 존 허(24·허찬수)가 마야코바클래식 우승으로 명맥을 이어갔다.지난해에는 배상문이 HP바이런넬슨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고, 올해 4월에는 `영건` 노승열(24·나이키골프) 취리히클래식에서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한국 남자골프는 LPGA 투어에서 박세리-김미현-신지애-최나연-박인비 등이 꾸준히 세대교체에 성공한 것과는 달리 힘을 써 오지 못했다. 하지만 배상문의 등장으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배상문은 각각 35살과 37살에 첫 우승을 맛본 최경주, 양용은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 가운데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배상문의 이번 우승이 시즌 개막전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날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시즌 남은 46개 대회에서 얼마든지 추가 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지미 워커(35·미국)는 상승세를 살려 소니오픈과 AT&T페블비치까지 접수하며 시즌 3승을 쌓았다.자신의 두 번째 우승 직후 배상문은 "코스가 쉽지 않아 약간 두려웠다"면서 "하지만 우승하게 돼 매우매우 행복하다"며 밝게 웃어보였다.어느 상황에서나 자신감 넘치는 배상문 특유의 배짱과 활짝 핀 미소가 올시즌 내내 PGA투어를 계속 물들일 수 있기를 골프팬들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