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공부가 필수인 시대가 다가온다. 그동안 학생들을 만나 오면서 한국사 공부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강해졌던 터라 꽤 반가운 이야기였다. 아이들이 문과와 이과로 갈리면서, 또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보게 되면서,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들은 공부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전혀 역사에 대한 궁금함도 없고, 필요 없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있는 경우를 접하면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실제 학생을 만나서 상담 중에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한국전쟁이 언제 있었지?”“네? 1945년?”“그럼 광복은 언제 했어?”“…….”뿐만이 아니라 드라마에서 역사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만든 허구에 대해서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예전 `조선왕조 500년` 같은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만드는 역사 드라마는 많이 사라졌다. 대부분 새롭게 이야기를 재창조하는 분위기라 역사 드라마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심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주요 과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추가로 공부를 많이 할만한 환경이 아니다 보니,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실제 아이들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안타까웠던 점들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기도 한다.한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수없이 한 이야기가 있다. “연표를 먼저 보라.” 역사란 차례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는 기록이다. 그런데 사건별로 외우는 아이들을 자주 본다. 과거에 많이 했던 방법처럼 ‘태정태세문단세~’ 이런 왕 이름의 순서까지 외울 필요는 없더라도, 적어도 흐름에 대해 이해를 하려면 시대적인 순서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교과서 맨 뒤에는 연표가 어디나 다 나와 있다.왕과 연도별 이슈들이 아주 친절하게 말이다. 물론 펴보지 않는 아이들도 정말 많다.고1 때 처음 만났던 한 학생이 사회과목이 너무 싫다고 했었다. 외울 게 많아서라고 말이다. 특히 1학년 필수 과목이었던 한국사가 제일 싫다고 했다. 사건도 너무 많고, 시대가 뒤죽박죽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먼저 연표부터 보자고 했다. 따라 적어보자고 했다. 아이가 집에서 A4 종이를 펴서 하나씩 써서 붙이며 방바닥에 가득 종이를 이어 붙여 나가기 시작했다. 연표를 다 쓰고 나서, 책을 읽으며 중요한 내용들을 추가로 정리했다. 점점 작은 글씨들이 늘어가면서 아이가 역사가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사 만점을 받아왔다. 제일 자신 있는 과목 중 하나라는 말도 했다. 한국사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며 받아들이면 재미있을 수 있는 과목이다. 물론, 시작하지 못하면 가장 난감한 과목이기도 하다.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과정에서 시험 문제를 쉽게 내면서 학생들의 부담을 적게 주려 한다고 하니, 난도는 어렵지 않을 거 같긴 하다. 그러나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역사를 알려는 노력의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연표를 이해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시도일 것이라 여긴다. 수능 한국사 필수로 역사에 대한 인식이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강해지길 바란다.윤의정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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