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국토방위의 보루이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기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국산 무기의 불량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국토방위에 중대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4700만명의 국민이 발을 뻗고 잠을 자고 생업에 종사한 것이 든든한 군이 있어서였다면 참으로 정신이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척 당 1조원에 달하는 해군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 병탄창 정밀검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율곡이이함에 탑재된 총 24발의 어뢰 기만탄 중 18발이 바닷물에 의한 부식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기만탄은 함정이 내는 소리와 비슷한 소음을 내 아군의 함정이 적 어뢰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방어 장비다. 율곡이이함은 2년간 어뢰방어 불능상태, 즉 적의 어뢰에 침몰당할 위험을 안고 작전을 해온 것이다. 이밖에도 일부 구축함의 전투시스템 하드웨어는 486컴퓨터에 16MB 메모리를 갖춘 구형인데다 그마저도 한달에 한번꼴로 시스템이 셧다운(shutdown)되고 있다는 기막힌 사실도 드러났다. 486컴퓨터는 1990년대 초 개발·보급됐으며, 사라진지 오래다. 현재 가정용 컴퓨터 메모리는 16MB의 256배인 4GB다. 가장 먼저 최신형으로 교체해야할 구축함에 박물관에서나 찾아 볼 구형 컴퓨터를 장착해 사용한 것은 전력을 약화시킨 책임까지 물어야 할 범죄행위이다. 2012년 12월에는 서해를 지키는 2함대 주력 구축함 을지문덕함이 대잠수함 작전 수행 도중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남방 110여㎞ 해상에서 갑자기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발전기 배터리 불량이었다. 이로 인해 승조원 170여명이 탑승한 길이 135m의 을지문덕함은 무려 5시간 동안 표류 아닌 표류를 해야 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서해 2함대 사령부와의 교신마저 두절됐다는 사실이다. 군내부에서 가혹행위가 빈발하는가 하면 사단장까지 여군을 성추행하는 등 군의 기강이 말 아닌 상황에 국산무기 불량 문제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국민의 불신과 불안심리 조성이다. 그런데도 도대체 책임지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 믿음직하지 않은 군 기강과 불량 국산무기에 대한 책임소재 불명, 국민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을 믿어도 될 것인지 불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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