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강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홍콩)에서 최근 분노와 항의의 물결이 일고 있다. 역설적으로 무적의 강대국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은 바로 그 국민들이다. ‘우산 혁명’으로 불리는 홍콩 시위는 2017년 정부수반인 행정장관을 뽑는 첫 직접선거를 앞두고 중국이 후보자를 친중 성향 인사로 제한하는 것에 반발해 시작됐다. 이미 두 달을 넘긴 시점에 시종일관 강경한 중국 정부의 태도,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 시위 장기화에 대한 비판 여론의 확산 등 여러 원인으로 시위는 사실상 중단이나 실패의 위기에 직면했다. 시위대 요구의 정당성과 관련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중국이 꼼수를 부린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17년 전의 약속을 깨면서 홍콩인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은 분명한 부조리다. 영국 식민지라는 본토와 다른 정치 문화권에서 살아온 홍콩인에게 중국이 갑자기 본토인과 똑같은 잣대를 대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외국에서 성장한 해외 입양아와 그 자녀에게 본국인과 똑같이 말하고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불합리하다. 미국의 ‘퍼거슨 사태’, 혹은 ‘브라운 사태’는 지난 8월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한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하며 촉발됐다. 현지법원 대배심이 지난달 해당 백인 경찰관에게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흑백 인종차별이라는 흑인들의 분노가 미 전역에서 들끓으며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대처하며 일어난 문제의 사건들이 인종차별인지, 단순한 경찰의 과잉대응 실수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흑인 시위대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미국의 공권력이 여전히 인종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고,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 듯 미국에서 누군가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문제다. 이런 가운데 친근하고 푸근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가진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홍콩 문제를 질문하자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고,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도 흑인들에게 충분한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통치자, 집권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것에 분노하면서 항의하는 시위대, 집권 세력의 불의를 감시하면서 과감하게 제동을 거는 세력이 있는 미국과 중국은 그래도 희망적인 나라라 할 수 있다.  올해 ‘세월호 비극’으로 한국도 한동안 유사한 분노를 경험했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특별법 수용으로 사태는 일단락된 듯하고, 한국 정세는 ‘평화’롭다. ‘나(내 일)만 아니면 돼’, ‘먹고 사는 게 더 시급한 문제’라는 생각이 팽배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우리 사회가 불의나 부조리를 직면했을 때 분노하며 항의할 동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문예성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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