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4절기 중 동지(冬至)다. 동지는 겨울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는 태양이 가장 남쪽에 이르는 남지일(南至日)이며, 태양의 남중 고도가 1년 중 제일 낮아 밤이 가장 긴 날이다. 이렇듯 동지를 기점으로 점차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풍속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날로 여겼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동지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동지 지나 열흘이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말 그대로 동지가 지나면 해가 조금씩 길어지는 것을 노루꼬리로 비유한 것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은 길어지지만 추위는 더 혹독해진다. 소설(小雪)과 대설(大雪)을 거치면서 눈으로 변한 하늘 기운은 동지 이후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을 지나면서 꽁꽁 얼어붙는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생명체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추위는 소한과 대한이 더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동지 이후 깨어난 양의 기운이 혹독한 추위를 버티게 하는 생명력을 더하기도 한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궁중에서는 동지를 아세(亞歲)라고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날’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지금의 음력을 달력으로 채택하기 전인 중국 주나라 때는 음력 11월이 한 해의 시작이었다. 동짓날이 새해 시작이었던 것이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다. 귀신이 팥의 붉은색을 싫어하기 때문에 팥죽을 먹으면 나쁜 기운의 접근을 막아 액땜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문기둥에 팥죽을 뿌리기까지 했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풍속에 대한 글이 6세기 초, 중국 양(梁)나라 때 종름이 쓴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있다고 한다. 내용을 본다. 공공은 고대 중국 신화에서 강을 다스리는 신이다. 황허 강이 범람하는 것도 공공이 심술을 부리기 때문인데 그 아들이 죽어서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귀(疫鬼)가 됐다. 사람들 대부분이 꼼작 없이 앓다가 죽어 버리자 공공은 자기 아들이었다고 해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공공은 아들이 팥을 무서워했다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팥죽을 쑤어서 대문간과 마당 구석구석에 뿌리게 했다. 이런 연유로 역질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게 됐다는 것이다. 현대식으로 풀이하자면 강물이 범람해 수인성 전염병이 나돌았는데 뜨거운 팥죽을 먹고 예방을 했거나 치료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영조 임금이 ‘귀신을 쫓는다며 문에다 팥죽을 뿌리는 공공씨의 이야기는 정도에 어긋나는 것이니 그만두라고 했음에도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니 잘못된 풍속을 바로 잡으라’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세밑이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다사다난’이라고 말하지만 올해의 경우 그 정도의 표현으로는 어림없다. 어떻게 살아 왔는지 되돌아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나라가 뒤집어질만한 우여곡절이 수없이 중첩됐지만 어느 하나도 해결된 것 없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통령의 연속된 인사실패, 세월호 참사, 방위산업 비리, 군내부 후임병 학대사건과 성추행, 청와대 권력암투, 대한항공의 제왕적 기업행태 등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추락이다. 당선당시 64%였던 지지율이 37%로 곤두박질치면서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점이다. 대선과정의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 3가지 약속도 공수표 상태이다. 남북관계는 천길 벼랑처럼 위태롭고 현해탄을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 사이엔 파고가 높다.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고 하니,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개구쟁이도 제 앞가림을 하게 되듯이 ‘작은설’로 불리는 동지에 우리 모두 팥죽 한 그릇씩 먹고 철 좀 들었으면 한다. 차욱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