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원전 공포감을 조성하는 세력이 등장해 사회를 긴장케 하고 있다. 정부가 “원전 제어망은 사이버 공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장담한 원전자료가 자칭 ‘원전반대그룹’이라고 주장하는 해커집단에 의해 공개되고 있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  원전반대그룹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4차례에 걸쳐 공개한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는 대략 23개의 파일이다. 지난 9일부터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끝에 12일 최종 해킹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전은 고도의 국가기밀시설인데도 기본적인 정보 보안은 물론, 원자력 안전 관리 시스템 전체에서 ‘총체적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얘기다.  유출된 자료에는 고리·월성 등 국내 원전의 도면과 제어프로그램 설명서, 한수원 내부의 비밀 분류 지침, 안전성 분석 보고서와 인근 방사선량 평가 프로그램 등 민감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유출된 자료들이 오래된 것이라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한수원의 해명과 달리 단순한 운전용 도면이 아니라며 “심지어 수치 두께 길이와 각도도 나와 있다. 그중에 일부는 중수로, 아주 본체에 해당하는 자료가 주변이지만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이는 핵심자료나 다름없다는 말로써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자료가 얼마나 더 빠져나갔는지 한수원이 피해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원들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됐는데도 넋 놓고 있다가 원전도면이 공개되고 나서야 수사의뢰에 나선 한국수력원자력이나, 국가 핵심시설인 원전에 보안문제가 생겼는데도 이제야 현장 점검에 나서는 산업자원부 등 모두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전은 국가 명운이 걸린 초특급 국가보안시설이다. 사고나 테러에 노출되면 엄청난 재앙을 면할 수 없다. 국가전력시스템이 마비되는 것은 약과고 자칫 국민 전체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 원전 보안망이 뚫렸다면 ‘국가안보’란 용어자체가 무의미해질 최악의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한수원의 부실한 보안과 미흡한 사후대응은 철저한 책임추궁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한수원은 보안시스템 전반을 철저히 점검, 유출경위를 밝혀 완벽한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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