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주말, 가전업계에서 느닷없이 ‘대낮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을 놓고 또 한 차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 국제가전박람회 기간 중 현지 매장에 진열한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조성진 H&A사업본부장 등 LG전자 임직원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당시 LG전자 측은 “해외 출장 시 경쟁사 현지향 제품을 살펴보는 것은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며, 다른 회사 제품과는 달리 유독 삼성전자의 제품만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반박하며 삼성전자의 화를 돋웠다. 이후 지난 21일 LG전자가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측이 손괴됐다며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한 세탁기가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LG전자는 이날 보도자료를 3개나 내며 삼성전자를 ‘맞고소’했다며 싸움을 걸었고,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적반하장격인 태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자료를 내며 압박에 나섰다. 사생결단이라도 내려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고위 임원을 상대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는 불만을 품고 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이러한 대응이 가전업계 최대 행사인 ‘CES’를 목전에 두고 조성진 사장의 ‘출국금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야기한 만큼, LG전자로써는 실추된 신뢰와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LG전자가 고의성 여부를 떠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진정으로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이처럼 논란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LG전자는 사건 발생 이후 사과를 하는 대신, 삼성전자의 제품력에 의문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맞고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적반하장’ 격 처사인 셈이다. 두 회사의 사정이야 어떻든 업계에서는 양사의 오래된 ‘악연’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옥주 뉴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