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른 팀에서 뛰게 됐지만 서른살 동갑내기 장원준(두산)과 강민호(롯데)의 우정 전선에는 변함이 없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두산 베어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장원준은 7일 잠실구장에서 입단식을 갖고 두산맨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2004년 프로 입단 후 줄곧 롯데에서 뛴 장원준은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게 됐다. 장원준이 팀을 떠나면서 ‘절친’ 강민호와의 한솥밥 생활도 자연스레 막을 내렸다. 1985년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같은 시기 프로에 입단해 희로애락을 함께 겪었다. 11년 간 ‘그라운드의 부부’라는 투수와 포수로 뛰며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의 우정을 과시했다.처음으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선수는 당장 올 시즌부터 적으로 서로를 대면한다. 장원준은 “민호를 상대할 때는 느낌이 조금 이상할 것 같다”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모습이었다.장원준은 강민호를 만나면 직구만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강민호의 엄포(?) 때문이다. 장원준은 “민호가 자기한테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지면 나에게 방망이를 던진다더라”며 웃었다. 일단 직구로 승부하라는 제안을 수용한 장원준은 한 가지 단서조항을 달았다. 장원준은 “민호가 협박을 했으니 직구를 던지겠지만 혹시 홈런을 친다면 그 다음 타석에서 바로 (몸에) 맞힐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양팀 투타의 핵심인 두 선수가 특정 구질을 정해두고 승부를 벌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의 발언은 워낙 친한 사이에서 흔히 주고받을 수 있는 농담에 가깝다. 고심 끝에 두산 이적을 택한 장원준은 자신을 믿어준 강민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원준보다 1년 먼저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롯데 잔류를 선택했다. 장원준은 “지난해 민호가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아 힘들어했다. 내색을 안 하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FA가 된 후 민호가 큰 도움을 줬다”고 자기 일처럼 걱정해 준 친구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아래는 장원준의 일문일답. - 한국에서 가장 비싼 투수가 됐는데. “두산에서 가치를 (높게)책정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에 맞는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열심히 할 생각이다.”- 올해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목표로 할 생각인가. “지난해 팀이 플레이오프에 못 나갔는데 올해는 팀이 플레이오프를 넘어 우승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나.“개인적인 성적은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면 따라오게 될 것이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이 우승을 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할 것이다. 경기수가 늘어났으니 170이닝 이상은 던지도록 하겠다.”- 롯데가 더 큰 금액을 제시했는데 두산으로 온 것에 대한 의문이 많다. “두산은 팀 컬러가 탄탄해 한 번쯤은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 금액을 떠나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새로운 분위기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는데 거기에 맞는 팀이 두산이었다. 그래서 두산을 택했다.”- 높은 스트라이크 존 확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높은 공은 위험하니 사이드로 던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존이 넓어진다니 투수 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다.” - 겨울에는 어떤 부분을 보완할 생각인가. “지난 시즌 직전 군대에서 2년을 보내다보니 1군과 2군의 시합이 달라 힘들었다. 이번에는 체력 위주로 훈련을 진행해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 기술적으로 새로운 구종 개발 계획은.“구질 개발보다는 제구력을 가다듬는데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하겠다.”- 그동안 잠실구장에서 던질 때 느낌은 어땠나.“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구장이라 장타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던지는데 마음이 좀 더 편했던 것 같다. (두산을 택한 이유인가?) 그런 것도 없지는 않다.”- 롯데 선수들과 상대하게 됐는데. “계속 같이 있던 선수들과 붙으려고 생각하니 실감이 안 난다. 하게 된다면 청백전 느낌이 들지 않을까. 가장 껄끄러운 선수는 손아섭이다. 강민호는 직구가 아닌 변화구를 던지면 방망이를 내게 던지겠다고 한다. 민호와 상대할 때는 느낌이 좀 이상할 것 같다. 민호가 협박을 했으니 직구를 던지겠지만 혹시 홈런을 치면 그 다음 타석에서 바로 맞히겠다고 했다.” - 두산에서 누구에게 배울 점이 있을까. “두산에 좋은 투수들이 많지만 유희관 투수가 제구력이 좋으니 그 점에 대해 많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많이 기대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꼭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서 응원을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