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설안전관리사무소가 대구도심 공공시설물의 낙서쯤은 별것 아니라는 무덤덤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대구역 지하차도 양쪽 29개 기둥 중 25개 기둥에 ‘MORT’란 영문이 낙서가 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본지 작년 12월15일자 5면 보도)는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대구시설안전관리사무소가 20여일이 지난 6일에야 현장점검을 다녀온 ‘거북이 행정’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시설안전관리사무소 담당자는 “현장을 확인해 예산을 확인한 후, 낙서를 지우도록 하겠다”며 적극적 자세를 보이면서도 “대구역 지하차도는 준공된 지 오래돼 철도시설공단에서 단면보강계획이 있는 걸로 안다”며 “예산 상 중복공사는 피해야 하기 때문에 철도시설공단에 알아보라”는 ‘떠넘기기식’ 업무자세를 보였다. 이로써 시설안전관리사무소가 지난해 12월 중순 “현장 확인 후 깨끗하게 지우거나 페인트칠을 하겠다”는 답변만을 했을 뿐 대구역 지하차도 교각 낙서에 대한 담당자의 현장점검이 지난 6일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7일 시설안전관리사무소 담당자는 “교각 낙서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올 6월 말이나 7월 중순까지, 지하차도와 교량 등 여러 곳의 낙서를 한꺼번에 지우는 방향으로 계획 중이다”며 그렇지만 “향후에 (계획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애매모호한 말을 전했다. 또 그는 6일의 답변과는 달리 “철도시설공단과는 (낙서와 관련해) 상관이 없다”며 “낙서를 지워 놓으면 또 할 텐데 일일이 지울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렇지만 깨진 유리창 하나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이 있으며 실제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사소한 ‘낙서제거’를 통해 뉴욕시 변화의 시발점을 찾아냈고 범죄율을 크게 줄였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현장에 가야 문제에 대한 답이 보인다”며 “현장에 있는 시민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받아들여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고, 현재 시는 환경·문화·안전 등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 편의주의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지만 지하상가 점주 박모씨(57)는 “미관상 보기 안 좋으니까 낙서를 빨리 지워야 한다”며 “방천시장 김광석 거리처럼 벽화거리로 변하면 이곳 상권 활성화와 환경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송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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