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담뱃값이 2000원이나 껑충 뛰자 담배를 끊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담배 대용품인 전자담배를 찾는 사람, 가루담배를 사서 스스로 말아서 피우겠다는 사람, 그런가 하면 끊는다고 알 만한 사람들에게 두루 소문냈다가 벌써 금연을 포기하고 다시 피우고 있다는 사람들로 세상이 시끄럽다. 북아메리카의 토착 인디언들은 부족끼리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약속의 표시로 한 파이프에 눌러 담은 담배를 번갈아가며 피운다. ‘평화의 파이프’이다. 우리사회에서도 낯선 사람에게 담배 한 대를 권하면서 친숙해지는 경우가 많았듯이 담배가 끼친 혜택도 적지 않다. 병자호란 때인 1636-37년 소의 전염병이 돌았다. 나라 안의 소가 거의 전멸했다. 소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조정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몽골에서 소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입대금’이 걱정이었다. 가뜩이나 가난한 나라에 전란까지 겪었으니 돈이 없었다. 겨우겨우 생각해낸 것이 담배였다. 우리나라 담배와 몽골의 소를 ‘물물교환’한다는 것이다. 조정에서 성익이라는 관리를 급파했다. 반토왕국까지 머나먼 길을 걷고 또 걸어 도착한 성익이 몽골사람들을 설득했다. 담배를 피우면 정신을 집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추위를 견디는 데에도 좋다고 꼬드겼다. 어렵게 181마리의 소를 구해 가지고 돌아왔다. 그 소의 후손이 지금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도 있다. 피카소가 태어났을 때 숨을 쉬지 않았다. 죽어서 태어난 것이다. 모두들 ‘사산’으로 여겼는데 마침 담배를 피우고 있던 피카소의 삼촌이 담배연기가 가득한 입김을 피카소의 입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피카소가 울음을 터뜨리며 소생했다. 담배가 위대한 미술가를 구한 것이다. 담배의 약효를 극찬한 기록도 있다. ‘성호사설’에는 가래가 목에 걸렸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 불편할 때, 먹은 것이 가슴에 걸려 신물을 토할 때 이롭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유럽 사람들은 담배를 두통약으로 썼다. 로마 교황에게 천식 특효약으로 진상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파스퇴르 연구소는 니코틴에 사고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말이 “담배 있나?”였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경호과장이 만약에 담배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담배를 피우면서 깊이 생각 하다가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지려던 마음을 돌이키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본 경호과장이 눈치를 채고 투신을 막았을지도. 그 때문에 영전에 담배를 올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런 담배가 만병의 근원이고 직접 피우지 않아도 담배연기에 노출되는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이 걸린다고 살인법 취급을 받고 있다. 담배의 유해성은 사실 심각하다. 담배는 폐암 등 거의 모든 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매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6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정부가 담뱃값을 올린 것이 국민건강을 염려해서라고 한다. 폐암 걸려 일찍 죽지 말고, 담배 끊고 오래오래 살라고. 가슴이 찡해질 일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그렇다면 왜 담배공장을 없애고 담배판매를 금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밤낮으로 담배를 만들어 전국에 내다 팔면서 금연을 권한다니 세금 더 걷기 위해 올렸다는 생각만 든다.정부가 서민부담을 덜기 위해 ‘봉초담배’ 부활을 검토 중이라 한다. 잘게 썬 담뱃잎을 종이에 말거나 곰방대에 넣어 피우는 봉초담배는 궐련보다 싸지만 건강에는 더 해롭다. 농촌노인들이 즐기던 것으로 1970년대 생산이 중단됐다. 금연을 권장하기 위해 담뱃값을 올려놓고 더 해로운 담배를 내놓을 바에야 올린 담뱃값을 도로 내리는 것이 사리에 맞다.차욱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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