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30대 여성 절도용의자가 도망쳤다가 5시간 만에 다시 붙잡히는 소동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각 언론사에 공개수배 전단을 보냈다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며 공개수배 방침을 철회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한심한 모습까지 보였다. 대구 중부경찰서에서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탈주범은 잡았지만 대구경찰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이날 소동은 대구 중부경찰서가 지난 11일 현 모 씨를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하면서 시작됐다. 현 씨는 지난해 12월21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의 한 귀금속 상점에서 시가 50만원 상당의 목걸이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었다. 경찰에 체포된 현씨는 “목걸이에 부착하는 펜던트를 삼켰다”며 복통을 호소해 당일 병원으로 옮겨졌다. 실제로 병원 검사 결과 현씨의 뱃속에서 펜던트가 발견됐다. 사건은 내시경 수술을 기다리던 과정에서 벌어졌다. 현씨는 12일 오전 7시42분께 용변이 급하다며 화장실을 찾았다. 현장에는 경찰관 2명이 있었지만 여자 화장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현 씨의 한쪽 손목에 채워진 수갑만 풀어 화장실 안으로 들여보낸 뒤 밖에서 기다렸다. 그러나 현 씨는 이 틈을 이용해 병원 2층 화장실 창문을 통해 도주했다. 병원 화장실에 창문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찰이 피의자 도주 소동을 자초한 사건이다.다행히 병원을 탈출해 완행버스와 택시 등을 번갈아 타며 도주행각을 벌이던 현 씨가 달서구의 한 허리디스크 전문병원에 들렸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는 했다. 문제는 대구에서 피의자 탈출사건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2년간 무려 5차례나 범인을 놓치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9월에는 최갑복의 유치장 탈출 사건으로 대구경찰이 곤욕을 치렀다. 10대 강도 피의자 2명이 수갑을 차고 조사받던 중 도주했다가 검거됐는가 하면 2012년 3월에는 동부경찰서에서 폭행혐의로 조사를 받던 범인이 수갑을 찬 채 달아났다가 10일만에 붙잡히기도 했다.연일 터지는 대형사건 사고로 나라가 뒤숭숭한 요즘 같은 때에 강력범이 더 설치게 된다. 대구 경찰청은 안이한 근무자세로 경찰명예를 실추시킨 이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유야무야 덮고 넘어갈 경우 또 이런 불상사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얼빠진 민중의 지팡이라는 지탄을 받지 않도록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