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곤두박질하는데도 유가하락세가 느리자 정부가 국제 유가 하락을 반영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관련 업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 7일 국제 유가 하락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LPG유통협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제품가 인하를 당부했다. 주유소별로 가격차이가 큰 만큼 비싸게 받는 주유소들이 더 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업계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가격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도 유가 하락은 일단 호재다. 골드먼삭스는 유가가 20% 하락하면 한국 성장률이 1.0 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에만 약 1000억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유가 하락은 대개 물가 안정은 물론 수출·소비에도 도움을 줘 경제 선순환의 활력소로 작용한다. 소비자들로서도 유가하락은 펄쩍 뛸 만큼 반갑다. 천정 모르고 뛰어 오르기만 하던 휘발유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소비자들은 대환영이다. 오를 때 모진 고통을 받은 만큼 내릴 때 혜택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급락세만큼 국내유가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를 때는 순식간에 따라 오르지만 내릴 때는 거북이 걸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해 12월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휘발유 가격 등에 적시에 반영되는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라”고 했지만 업계는 정부가 유류세부터 내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소비자 가격을 내리려고 해도 지금처럼 고정적인 세금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반 토막 났지만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887.37원에서 1591.98원으로 15.6% 내리는 데 그쳤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액세나 다름없는 유류세 745.3원 등 세금만 939.34원에 달한다. 정작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가격 기준 제조원가는 430.74원이고, 여기에 정유사 마진 110.64원, 유통마진 1만1126원 정도가 붙는다는 구조다.해법은 없지는 않다. 정부부터 폭리나 다름없는 유류세를 대폭 인하하면서 업계를 압박할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정유사와 주유소도 동시에 기름값을 인하하면 된다. 기름값만 내려도 국민들의 허리가 펴지게 된다.